산업 산업일반

휘발유값 치솟는데 정유사가 적자라니… 왜일까?

환율급등 따른 환차손으로 시설투자 부채등 늘어<br>GS칼텍스 1분기 11년만에 순손실등 실적 급감<br>물가억제 방침등에 판매가에도 반영못해 속앓이

‘휘발유가 금값인데 정유사가 적자를 냈다?’ 국내 대표 정유사 가운데 하나인 GS칼텍스가 1ㆍ4분기 2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히자 상당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통상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정제마진이 개선돼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국제 유가가 오르면 서민은 울고 정유사는 웃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GS칼텍스의 1ㆍ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은 7조6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9% 증가했다. 문제는 순이익. 무려 23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GS칼텍스가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7년 유가자율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여타 정유사들의 경영실적도 마찬가지. SK에너지의 1ㆍ4분기 영업이익은 3,99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2% 줄어들었다. 국내 정유사 가운데 고도화 비율이 가장 높은 S-OIL도 1ㆍ4분기 매출이 4조8,6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197억원으로 17.4% 감소했고 순이익은 무려 54.8%나 줄었다. 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원ㆍ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이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순이익 면에서 적자가 난 가장 큰 이유는 원ㆍ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이라며 “여기에 시설투자 등에 따른 부채평가손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부채평가손은 시설투자 등 재원 마련을 위한 외화부채가 환율 상승으로 이자비용을 확대시켜 입은 손해로 결국 환차손과 같은 개념이다. GS칼텍스 측이 1ㆍ4분기 입은 환차손은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SK에너지의 환차손도 1,500억원에 달했다. 실제로 1월2일 936.9원이던 원ㆍ달러 환율은 8일 현재 1,049.6원으로 4개월여 만에 12% 정도 상승했다. 또 다른 요인은 원유 계약에서 결제까지의 시차. 정유사들은 원유를 살 때 정제ㆍ판매 시점에 결제할 수 있도록 특정 은행에서 대금을 대납을 하고 60일 또는 90일 후에 결제하는 ‘유전스 방식’을 이용한다.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정유사들은 원유 도입계약을 할 때와 실제 비용을 결제할 때의 환율 차이만큼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수출의 경우 정유사들은 상승한 환율만큼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판매가격에 반영한다. GS칼텍스의 경우 수출과 내수가 각각 50%가량인데 특히 수출물량의 경우 달러로 거래되므로 환율에 따른 별다른 손해가 없다. 그동안은 환율 상승분(환율 변동을 어느 정도 국내 기름값에 반영하느냐는 정유사들이 영업상 공개를 거부하는 1급 기밀)을 내수가격 조정으로 해결해왔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반발과 정부의 물가 억제 방침 등으로 이마저 쉽지 않아졌다. 악화된 1ㆍ4분기 경영성적표를 받아든 정유사들은 그다지 괴로운 표정은 아니다. ‘유가 급등을 핑계 삼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일반인들의 오해가 ‘정유사도 괴롭겠구나’ 하는 이해로 변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정쩡한 흑자폭 하락보다 한 회사에서 확실히 적자가 나면 정유사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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