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실 대기업 자율협약 시스템 문제 많다

부실기업과 관련한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14개 대기업그룹 가운데 10곳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267.4%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새 20%포인트나 높아졌다. 294개 계열사 가운데 37%가 자본잠식(35개) 또는 부채과다(74개) 상태다. 이 와중에 대부분의 그룹 총수 일가는 주력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키웠다. 지분율을 4~7%포인트 높인 그룹도 3개나 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제도의 빈틈을 노려 사익(私益) 추구에 몰두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관련기사



채권은행들의 부실기업 관리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의 현장점검 결과 은행 퇴직을 앞둔 직원 등을 자격심사도 없이 워크아웃 기업의 자금관리인으로 선임하거나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우량등급으로 판정한 기업이 몇 달 안 돼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가 있는 워크아웃이 이런 상황이니 법적 근거가 취약한 주채무계열제도상 재무개선약정 체결이나 채권단자율협약(공동관리) 방식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구조조정 중인 그룹의 대주주가 부실책임을 지거나 기업회생에 나서기보다는 지배권 확대에 매달릴 요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부실이 금융과 국민경제에 끼치는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상시 구조조정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 특히 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손실은 사회로 떠넘기고 지배권 강화 등 이익만 사유화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우선 자금관리인 제도 등을 개선하고 채권단도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게 해 구조조정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 재무개선약정 체결이나 채권단 자율협약도 법에 근거규정을 둬 투명성과 강제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법정관리제도가 경영권 유지 및 빚 탕감 후 재인수 수단으로 악용되지 못하게 통합도산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