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벤처 10년… 재도약을 향해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데 우수 인재, 기술 개발 능력, 원활한 자금 동원 등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시장의 환경 변화, 사회적 분위기 등 외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외적 요소 가운데 특히 사회적 성원은 기업뿐 아니라 여느 산업군 전체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성원은 벤처산업이 성장함에 있어 으뜸 요소로 꼽을 만하다. 한때 너무 많은 관심과 격려로 인해 극심한 성장통을 겪기도 했지만 사회적 성원은 여전히 필요하다. 벤처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분야별로 지명도를 가지고 있던 10여명의 공학도 출신 젊은 사장들이 지난 95년 말 알음알음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대체로 기술은 좋은데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아 모진 고생을 하고 있던 때였다. 공학도들은 열악한 창업 환경으로 인해 대학이나 연구소로 몰리고 있었다. 지난날 과오 딛고 새출발 준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바로 81년 퍼스널컴퓨터(PC)가 탄생하면서 벤처라는 수식어를 단 기업들이 창업되기 시작했다. 비트컴퓨터(83년)ㆍ메디슨(85년)ㆍ터보테크(88년)ㆍ휴맥스(89년)ㆍ한글과컴퓨터(89년)ㆍ핸디소프트(91년) 등이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영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병상련의 정도가 점점 깊어갈 때쯤 이들은 “기술력은 가졌지만 자금난을 겪었던 경험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로 뭉치기 시작했다. 벤처 생태계 만들기와 패러다임 자체를 노동집약형 산업구조에서 지식산업으로 바꿔보자는 각오로 탄생시킨 게 바로 벤처기업협회다. 협회가 지난 10년간 걸어온 길은 그야말로 벤처산업사와 그 궤도를 같이 한다. 협회 임원들이 벤처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벤처 정책의 골격을 세우거나 제도를 만드는 데 참여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ㆍ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법 등이 만들어지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스톡옵션제ㆍ실험실창업법 등을 도입하는 노력도 펼쳤다. 한편으로 젊은 이공계 대학생을 창업으로 끌어내기 위해 전국 대학을 순회하는 로드 쇼도 가졌다. 후배 기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마련하기도 했다. 물론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코스닥시장의 버블이 꺼지면서 숱한 아픔도 겪었다. 코스닥시장이 얼어붙자 벤처캐피털의 투자자금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없었다. 선의의 벤처기업들도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 어느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어느 기업은 아예 부도로 내몰렸다. 일부 몰지각한 부류들은 이런 틈에 ‘벤처’라는 탈을 빌려 자본시장에서 각종 편법과 탈법을 일삼아 벤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흐려놓기도 했다. 특히 올들어 잇따라 터진 분식회계 파문으로 막 살아나려고 하던 벤처기업의 사기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정부의 벤처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의지가 확고할수록 한 편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벤처기업 종사자들은 그간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운 학습 효과에다 벤처 재도약을 위한 의지 또한 높다고 자부한다. 최근에는 분식회계 등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업계가 자정 움직임을 갖는 등 잘못된 과거는 스스로 털어버리고 새 출발하려는 모습도 보여줬다.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성원을 벤처기업협회는 이 같은 움직임 속에서 올해 현재 4% 수준인 벤처산업의 국내 총생산(GDP) 비중을 오는 2010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만명 고용 창출과 300억달러 수출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벤처기업인들이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최대주주에 대한 연대보증 관행, 대주주의 기업공개 단계에서 구주 매각 불허, 너무 까다로운 벤처 경영 재기지원제도 신청 요건 등에 대해서도 업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제 벤처기업은 다시 한번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날의 과오를 줄이기 위해 더욱 정진한다는 각오다. 이즈음 필요한 것은 관심과 격려다. 우리 벤처기업이 재도약해 우리 경제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무한한 사회적 성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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