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보름 남짓 앞둔 지난 11일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는 우명희 경남도 여성가족정책관과 이성용 도의회 문화복지위원장, STX복지재단 김태정 사무국장, 다문화 가족이 모인 가운데 '친정방문 발대식'이 열렸다. 경남도가 결혼이민 후 생계 곤란 등으로 친정방문을 하지 못한 다문화 가정에 추석을 맞아 모국 방문길을 돕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도움의 손길을 받은 다문화 가족은 베트남 3가족 8명, 중국 3가족 12명, 캄보디아 2가족 6명, 태국 2가족 8명, 필리핀·일본·키르기즈스탄 각 1가족씩 10명, 네팔 9가족 23명 등 총 67명이다.
다문화 가족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도입하는 지자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미 국내에는 결혼이민 확대 등으로 외국인들이 각 분야에서 각자 몫을 성실히 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차별 등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자 지자체들이 직접 발벗고 나선 것이다. 다문화를 포용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돼야 건전한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1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남도는 친정방문 발대식에 이어 14일에는 전국 최초로 한국의학연구소와 도내 '다문화가족 무료 종합검진'을 포함한 의료복지를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 협약으로 다문화가정 중 생활이 어려운 가족 매년 100명은 무료 건강검진과 건강 상담 및 교육, 중증질환 소견자 요청 시 원하는 상급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게 된다.
도입 정책 중에는 톡톡튀는 아이디어들도 많다. 한 예로 광주시는 다문화가정의 생활안정과 한국생활 정착을 위해 전국 최초로 결혼이주여성 취업지원을 위해 '산모도우미 양성·파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3명의 도우미를 양성, 132곳의 다문화가정에 지원 서비스를 실시하는 성과를 낳았다. 울산시는 '다문화가정 오케스트라단'을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 30여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은 지난 2012년 구성돼 매년 한 차례 정기 공연을 갖고 각종 다문화 행사에 수시로 발표회를 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다문화 자녀들의 단체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다문화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 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자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곳도 있다. 경북도는 다문화가족 자녀의 강점인 이중 언어능력을 강화해 미래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족 자녀 베트남 현지 이중 언어캠프'를 12일간 운영했다. 베트남 칸화성 냐짱교육대학교에서 진행된 이번 캠프에는 다문화가족 자녀 13명이 참석해 이중 언어 집중학습, 베트남 문화의 이해, 지역주민 교류 및 봉사활동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경기도는 정보부족으로 한국어 교육 등을 받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연계하거나 다문화정책 현장의 개선사항을 건의하게 해주는 '다문화가족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까지 추진해 오던 합동결혼식 등의 일회성 사업을 폐지하고 올해부터 다문화 청소년 글로벌캠프, 자녀방문학습지원사업, 대학생-다문화자녀 문화멘토링, 다문화아빠 학교 등 다문화 자녀 지원강화를 위한 4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명희 경남도 여성가족정책관은 "대부분 결혼이민자들이 산업현장과 농어촌 등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아직까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다"며 "다문화 가족들이 국내에 안정되고 빠른 정착을 위해 지자체들도 다양한 지원책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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