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X파일 '삼성 60억원' 진실규명 암초 만난 듯

사건 관련자 '말바꾸기', '떠넘기기' 의혹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하는 삼성의 정치자금 제공의혹에 대한 수사가 당사자들의 말바꾸기 등으로 암초를 만난 양상이다. 검찰은 참여연대가 X파일에 담긴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홍석현 전주미대사간 대화를 근거로 삼성 관계자 등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 그간 이 본부장과김인주 구조본 사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동생 회성씨 등을 피고발인 또는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한 해외 체류중인 홍 전 대사에게 이미 피고발인 자격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해둔 상태다. 검찰은 X파일에 나오는 삼성의 이회창 캠프쪽 자금제공 정황이 1997년 대선 전 삼성이 이회창 캠프에 60억원을 준 것으로 돼 있는 세풍수사 기록과 상당부분 일치함을 확인, 도청테이프 내용을 단서로 수사하는데 대한 법이론상의 문제점을 극복할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사장과 이회성씨 등이 세풍수사기록과 X파일에 담긴 내용과 상당부분 다른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진실규명 작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9월6일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은 김인주 사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이회성씨에게 10억원을 건넸고, 최근 숨진 삼성 구조본 팀장 출신 박모씨가 이씨에게 50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 진술이 진실일 수 있지만 사망한 사람을 자금 전달자로 지목함으로써검찰 수사는 거대한 장벽을 만난 셈이 됐다. 이미 8년이 지난 일이어서 자금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이번 수사는 당사자 진술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전달자로 지목된 사람을 조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또 9월16일 조사를 받은 이회성씨가 삼성측에서 60억원을 받았다고 밝힌 98년세풍수사 당시 진술을 번복, 3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함으로써 검찰을 또 한번 난감하게 했다. 이씨는 세풍수사 때 자신에게 돈을 건넨 삼성인사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97년 9~11월 삼성측에서 4차례 걸쳐 60억원을 받았으며 돈을 건넨 인물이 4차례 모두 삼성 그룹내의 같은 인물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씨와 김사장의 최근 진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30억원은 공중으로 사라진 것이 되며, 사라진 30억원의 비밀(?)은 이미 무덤속으로 들어간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측에 적용될 여지가 있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가액50억원 이상이면 공소시효 10년) 혐의에 대한 수사에 혼선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또한 이씨와 김사장은 물론 앞서 조사받은 이학수 본부장까지 모두 홍 전 대사가 자금 전달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대사가 적극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있는 X파일 내용과 전면 배치되는 진술을 한 것이다. 검찰로서는 당사자 진술의 모순점을 찾아 추궁하겠지만 8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인데다 X파일 내용을 근거로 추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법리검토도 끝내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최근 홍 전 대사에게 출석을 통보하긴 했지만 먼저 조사받은 사람들이피할 구멍을 만들어 준 터라 홍 전 대사가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형식적인 조사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결국 갖은 어려움 속에 우리 사회 `성역'으로 자리잡은 삼성을 상대로 수사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상당부분 검찰의 수사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