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벌써 총선 의식인가

여권의 연기 주장은 국민연금 확대실시 발표이후 나타난 문제점과 여론의 강한 반발이 정국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연기론의 근저(根底)에는 국민들의 이같은 반발이 내년 봄 치러질 총선에서 자칫 표심(票心)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이다. 정부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결국 국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셈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30일 도시지역 자영업자와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금제도를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완벽해야 할 정책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데에 있다. 가입대상자들의 항의가 잇따를 수 밖에 없었고 그나마 내놓은 보완책마저 졸속투성이어서 연기론이 제기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본래 취지가 「소득 재분배」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있다. 모든 국민이 가입해야 빛을 발한다. 그런데 가입대상이 당초의 「의무가입」에서 「임의가입」으로 바뀌면서 소득을 줄여서 신고하는 경향까지 나타나 국민연금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되게 됐다. 정부정책이 이래서는 안된다. 사실 「국민의 정부」1년동안 이처럼 오락가락한 정책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라는 급박한 상황하에서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할 여유가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최근들어서도 부처간 손발이 안맞거나 여권자체내에서의 이견도 속출했다. 정부정책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한번 결정된 정책은 흔들림 없이 시행돼 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정부와 일반회사와의 다른 점이다. 여권이 연기론을 주장하는 배경은 문제가 있다. 이미 오래전에 정부정책으로 확정된 사항을 총선에서의 악영향을 빌미로 연기론를 내세우는 것은 공당(公黨)으로서의 취할 태도가 아니다. 정부도 준비소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IMF사태하에서 200만에 가까운 실업자들이 양산된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 또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예견했어야 했다. 확대실시 예정일이 20일도 채 안남았는데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 「국민의 정부」는 출범 2년째에 들어서고 있다. 이제 경제도 서서히 회복돼 가고 있는 단계다. 급한 불은 껐으니 정부도 안정을 찾을 때가 됐다. 앞으로는 당정간, 혹은 정부부처간 정책혼선이나 갈등이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때다. 국민연금 확대실시 방침도 한번 세웠으면 예정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 표를 의식하는 정책은 금물(禁物)이다. 총선을 의식한다 해도 아직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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