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자금, 아시아·중남미 신흥국으로

초저금리 기조 지속에 우크라 정정불안 심화

동유럽 변동성 커지자 눈 돌려

중남미·동남아 국채발행 규모 지난해보다 80%이상 급증

저금리 활용 단기채 차환 치중… 금리인상땐 시장 충격 우려


올 들어 신흥국가의 국채발행이 급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시아와 중남미의 신흥국가로 글로벌 자금유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초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서 지정학적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 신흥국가를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을 계기로 글로벌 채권 투자가들이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자금을 빼내 다른 신흥국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 소재 크레디트스위스의 신흥국가 채권 책임자인 클레이턴 포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동유럽의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가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면서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남미 국가들의 국채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으며 회사채 발행도 38% 늘었다. 동남아시아의 국채 및 회사채 물량 역시 각각 82%, 15% 늘었다. 이 지역 채권들은 수익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건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의 국채 수익률은 11.4%로 러시아(3%), 우크라이나(6.6%)를 웃돌았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올해 상반기 신흥국가들의 역외 국채발행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694억7,000만달러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톰슨로이터는 "이 같은 증가세가 올해를 신흥국 국채발행 최고의 해로 등극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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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가장 많은 국채를 발행한 신흥국가는 멕시코로 6월 말까지 84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다음으로 슬로베니아(62억달러), 터키(53억달러), 인도네시아(53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2008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던 에콰도르도 지난달 20억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 받아 금융위기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키프로스와 그리스 역시 5월 각각 10억달러와 20억달러 규모의 국채발행에 성공했다. 케냐·잠비아 등 좀처럼 국채발행을 하지 않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 것도 올해 역외 국채시장의 특징으로 꼽혔다.

신흥국가들은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를 활용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채발행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UBS의 신흥국 담당 전략가 바뉴 바베자는 "신흥국가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단기채 차환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발행채권의 질적인 부분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어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선진국들이 조만간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고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투자가들이 신흥국가에서 대거 빠져나가면서 이들 국가의 국채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격인 국제결제은행(BIS)도 신흥국가들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다면서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시장 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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