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직도 「떠넘기기」 급급/정부 “IMF 비판여론에 국수주의”매도

◎외환위기 책임 국민여론·정치권 등 전가위기관리 능력부재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신탁통치를 초래한 정부가 반성은 하지않고 외환위기가 고조되는 모든 책임을 정치권과 국민 여론으로 돌리면서 「면피행정」에만 급급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16일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대책연석회의 자료를 통해 대외신인도 회복을 위해 ▲언론의 국수주의 논조 및 미국과 IMF를 자극하는 논조를 자제하고 ▲국내외 반IMF·반미감정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IMF의 가혹한 지원조건이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도리어 위기를 확대시킬 수도 있다는 국민여론에 대해 외국언론이 우려하는 보도 내용을 근거로 한 것이다. 외국언론들이 IMF지원을 「경제신탁통치」 「국치」로 받아들인 우리나라 국민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보도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는 남의 시각인 외국언론의 보도 사실마저도 정부책임을 면탈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왜곡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의 언론들은 IMF지원 이후에도 한국의 외환위기가 확대재생산된 핵심적인 이유로 정부의 부정직, 불투명성을 꼽고 있다. IMF의 극비자료 누설로 단기외채규모가 우리 정부가 주장했던 6백억달러 수준보다 훨씬 많은 1천억달러가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외국인 투자가들 사이에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키지 않고 질질 끌고 가는 행태를 반복, IMF와의 합의를 번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명했다. 한국의 국민감정이 나쁘게 돌아가고 정치권에서도 재협상논의가 의구심을 증폭시켰으나 근본원인은 우리정부에 대한 불신감이다. 정부가 자기반성을 전제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부는 반성은 커녕 「국수주의」 등 극단적인 용어를 구사하며 모든 책임을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여론과 정치권에 전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느 언론도 지금까지 IMF지원을 반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이 지금까지 우리 능력으로 처리하지 못했던 개혁조치를 IMF지원을 계기로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강조해왔다. 다만 남의 힘을 빌려 우리경제의 구조를 고쳐야 하는 처지를 한탄했을 뿐이다. 또 IMF의 지원조건이 너무 가혹하고 IMF를 막후에서 지휘하는 미국이 자국이익을 위해 지나친 압력을 행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을 뿐이다. IMF의 방식에 대해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유럽·미국·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제프리삭스 미하버드대 국제발전소장은 IMF의 아시아에 대한 가혹한 거시경제조정요청을 경제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과도한 것으로 지적했다. 유럽·독일의 언론들도 부채비율이 높은 한국기업에 대해 20%수준의 높은 이자율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을 배제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9개국과 한·중·일 3국 지도자가 모여 아시아 금융위기를 논의한 것도 미국주도의 IMF지원이 아시아의 현실과는 어긋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금융계를 장악한 미국이 고위당국자들의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정부가 IMF조건 이행을 강조, 국제금융계가 미국이 등을 돌리면 한국이 위험하다며 우리나라에 대한 지원을 꺼리게 했다. 세계 각국의 출자로 높은 급여를 받고 세계금융시장의 안정에 책임이 있는 IMF도 단기자금의 투기적 이동을 견제하지 못해 금융위기를 초래토록 한 책임을 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언론이 한보사태이후 지속적으로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위기관리능력 부재를 지적할 때 한국경제의 기초가 튼튼해 외환위기 가능성이 적다며 정부의 안이함에 힘을 보태주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를 초래하고 협상능력도 부족한 우리 정부는 생계를 위협받는 국민들에게 살려면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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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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