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9년차 A(여)씨는 6개월쯤 전부터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남편의 휴대폰을 보다가 수상한 메시지를 발견했다. 여관으로 의심되는 이름의 장소에서 누군가와 만나기로 약속하는 메시지였다. 약속 날에 남편은 어김 없이 새벽이 다 돼서 집에 돌아왔다. A씨는 다음에 또 그런 약속을 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경찰에 신고해 현장을 잡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듣고 상실감에 빠졌다. 앞으로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를 법으로 처벌할 수 없고 외도의 꼬리를 잡는 데 경찰의 힘을 빌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A씨는 다음날 바로 흥신소에 "남편의 간통 현장을 잡아달라"며 전화를 걸었다.
간통죄를 폐지한다는 헌재 결정 이후 심부름센터, 흥신소 등 사립탐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 심부름센터 관계자는 이날 "간통죄 폐지 결정이 난 어제 저녁부터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으니 물증을 확보해달라' 등의 문의가 평소보다 20% 정도 늘었다"며 "배우자가 간통을 저지르고 있다는 단서를 잡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벼르고 있던 사람들이 주로 문의를 해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간통죄 폐지로 경찰을 통해 간통 현장을 급습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심부름센터 등에 조사를 의뢰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 흥신소 관계자는 "간통죄가 폐지됐으니 아무래도 외도 자체가 늘고 결과적으로 사설기관에 대한 의뢰도 늘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최근에 간통죄에 대한 수사가 많이 줄었다고 하나 외도하는 사람 입장에서 경찰 수사를 받아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제약이 있는 것과 그런 제약이 전혀 없는 건 심적 측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부름센터의 활동이 늘면서 각종 불법행위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유우종 대한민간조사협회장은 "여관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가는 것부터가 불법인데 심부름센터 직원은 이런 게 불법이란 의식도 없이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부작용을 막으로면 사립탐정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제도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업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법률사무소는 "헌법재판소 간통죄 위헌 결정에 대응해 2008년 10월 31일 이후 간통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재심 청구를 진행한다"며 "수임료는 110만원"이라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했다. 일부 변호사들도 간통죄 재심청구사건을 접수 받기 위한 온라인 카페까지 개설해 의뢰인 모집에 나서고 있다.
김수진 가사전문 변호사는 "이혼을 하고 싶은데 간통을 저지른 게 걸려 결정을 못하고 있었던 몇몇 의뢰인들이 간통죄 폐지 후 본격적으로 소송 절차에 들어가자고 얘기해 오고 있다"며 "외도를 당한 배우자도 형사 처벌 규정이 없어진 만큼 민사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이혼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