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人材를 잡아라] <3·끝> 기회와 비전을 믿어라

"인재확보 못잖게 유지·관리도 총력을"<br>핵심인재 경영진과 정례면담·파격 보상<br>외부스카우트 인재 승진등 차별도 없애<br>글로벌 기업 우수인력 이탈방지 안간힘


“만약 우리 회사에서 최고의 인재 20명을 빼간다면 우리 회사는 별 볼일 없는 회사가 될 것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한 말이다. 20명의 인재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끌고 있다는 말에는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적어도 이 말 속에는 20명의 특별한 인재를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른 기업에게)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란 의지가 짙게 깔려있다. 기업의 우선순위에서 인재 확보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최근 새로운 접근방식을 요구받는 것이 인재관리다. 미국의 유명한 인사조직관리 컨설턴트인 와킨스(Watkins. M) 박사는 지난 2004년 인사관리 연례회의(SHRM Annual Conference)에서 “기업의 핵심 인재가 회사의 성과에 기여하기 시작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6.2개월이 걸린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물론 조직 적응에 성공했을 경우다. 반면 이들 인재의 40%는 조직적응에 실패해 18개월 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재유지는 기업영속성의 감춰진 노하우=기업 역사가 200년을 훌쩍 넘은 다국적 화학업체 듀폰(1802년 설립)은 핵심인재의 이직률이 제로(0%)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는 인재들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이나 특별예우를 하지는 않지만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해 줌으로써 이 같은 경이적인 기록을 만들어 냈다. 듀폰이 핵심인재를 발굴, 양성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이 회사는 사업부별로 상위 7%에 달하는 인재들을 CP(Corporate Promotables)라고 명명하고, 1년에 4번씩 최고 경영진과 면담하게 한다. 듀폰은 이 면담을 통해 CP들에게 맞는 인재양성과정을 수립한다. 듀폰 관계자는 “CP로 선발된 직원들은 글로벌 조직의 팀원들과 함께 핵심인재로 양성되는 기회를 누리게 된다”며 “이들 인재가 바로 기업의 영속 경영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인재에 대한 ‘상승 한계선’이 없다는 점도 초우량 기업들이 인재를 관리하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는 핵심인력 확보를 위해 외부인력에 대한 기회를 제한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한 인사담당 고위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우리 회사의 CEO는 오너가 원하는 인물이 아닌 별개의 인재를 발굴, 활용하고 있다”며 전한다. TI는 이처럼 ‘외부 인재는 어디까지 올라가기 힘들다’는 한계 설정을 없애 국적을 불문하고 외부 인재들이 떠나지 않는 회사로 만들고 있다. 실제로 TI는 미국에서 교육 받은 포루투칼 출신 인재를 미국에서 교육 한 후 현지 사장으로 채용하는 등 외부 인재에 승진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결국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기 위한 묘책이다. ◇‘인재이탈 조기경보시스템’도 등장=핵심인재를 마치 기업의 실물 자산처럼 관리하는 것도 최근 두드러진 추세다. 삼성전자는 핵심인재에 대해 3단계 조기경보체제를 가동시키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핵심인재에 대해서는 ‘그린’(이상없음), ‘옐로’(가벼운 징후), ‘레드’(퇴직징후군) 등 3색등 체제로 실시간 상황을 체크한다”며 “이상징후가 뜨면 곧바로 대책 마련에 돌입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인재이탈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인재별로 구축된 맞춤형 특별 프로그램이다. 포스코는 기술인력도 임원급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 베이스 인센티브제도’를 도입, 핵심 전략기술 개발 등 탁월한 실적에 대해서 파격적 보상을 해주고 있다. 외국인 인재를 위한 배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LG전자는 지난 해부터 해외사업장에 보내는 이메일이나 내부회의 자료 등을 모두 영어로 공용화했다. 글로벌 단위로 사업무대를 넓히는 LG로선 외국인 인재들이 혹시 갖게 될지 모를 ‘정보 접촉의 불편성’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되다보니 영어 공용화의 필요성이 증폭되고 있다”며 ‘특히 외국 인재의 영입이 늘어나다 보니 이를 배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훌륭한 인재를 유치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들을 오래 머물게 만들지 못한다면 공들인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다. 어렵게 발굴한 인재 10명 가운데 4명이 채 2년도 되지 않아 조직을 떠나는 현실에서 기업들은 한결같이 인재 관리를 경영의 새로운 승부수로 인식하고 있다. 최병권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지난 2003부터 불기 시작한 인재확보 전쟁은 3년이 지난 현재 인재유지 전쟁으로 옮아가는 양상” 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가 ‘인재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 초우량 기업들은 최근 인재 확보에서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다 세밀하게 쪼개 조직문화에 매끄럽게 적응하도록 지원하거나, 개별 비전을 구체화시켜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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