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주도민도… 스웨덴관광객도… “타요버스 타러 왔어요“

[서울 새 명물 '타요버스' 동승기]

주말엔 3시간 기다리기 예사

캐나다 등 외국인 관광객도 찾아와

한달뒤면 '스톱'... 어린이버스로 전환 요구도

새로운 서울의 명물 ‘타요버스’를 타기 위해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서울 강일동의 버스 차고지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아이들이 버스 승강구와 바닥에 앉아 놀고 있다.

일반버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타요버스 내부. 군데군데 타요 스티커가 있는 것 외에는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장식물이 별로 없다.

타요버스 앞에서 어린이와 어미니, 운전기사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근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타요버스’. ‘제2의 뽀통령(뽀로로)’ 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 ‘타요’캐릭터를 이용해 일약 서울의 명물로 떠올랐다. 정치인들 사이에 ‘원조 아이디어 논쟁’까지 불러일으킨 것을 보면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다. 도대체 인기가 어느 정도이고 문제점은 없는 지 직접 타고 동행취재를 해 보았다.

◇“왜 타요가 아니라 아저씨가 운전해요”= 평일 출근 시간이 조금 지난 오전 11시. 서울 시내버스 370번의 출발지인 강일동 강동차고지는 형형색색으로 차려입은 40여명의 부모와 어린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차고지 주위를 맴도는 아이, 엄마에게 칭얼대는 초등생, 쉴 새 없이 재잘대는 꼬마…. 모두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타요버스’를 타보기 위해 모인 아이들이었다. 사는 곳도 제각각. 서울은 물론, 경기, 전북, 울산 심지어는 제주도에서까지 올라왔다. 드디어 등장한 타요버스. 여기저기서 “타요, 타요 좋아~!”“타요 버스 최고”“타요야”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버스 앞에서 사진도 찍고 내부로 올라가 이곳저곳 구경도 하고…. 아이돌 스타를 보는 팬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타요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차고지가 아닌 정류장로 이동해야 했다. 만약에 있어날지 모를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버스에는 도로교통공단 직원 3명도 동승했다. “타요버스가 아이들에게 인기인데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고자 안전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까지 타자 버스는 첫 정류장에서 이미 만원. 바로 뒤에 텅텅 빈 채 대기하고 있는 일반버스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정말 장난 아니네. 그런데 다음 정류장에서 타는 사람들은 고생하겠구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 버스가 설 때마다 꼬마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서 있기 힘든 아이들은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의 반응. “만화에서는 버스의 눈,코,입이 움직이고 말도 하는데 실제로는 안그러네요” “왜 타요가 운전 안하고 아저씨가 해”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미 상상의 날개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어른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게 어린 천사들의 눈에는 이상했나 보다. ‘나도 어렸을 때는 저랬을텐데….’ 꿈을 꾸는 아이들을 보며 이미 현실에 적응해 버린 내 자신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관련기사



◇주말엔 3시간 기다려야= 타요버스의 인기는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평일에도 운행 전부터 50명씩 와 대기하고 있고 주말에는 적어도 2~3시간까지 기다려야 탈 수 있다고 했다. 입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관광객도 있다. 타요버스 운전기사 이광원씨는 “전국 각지는 물론, 캐나다, 일본, 스웨덴에서까지 찾아온다”며 “심지어는 지방에서 서울로 상갓집에 들렀다가 버스를 타기 위해 잠깐 들린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

버스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우선 보통 버스에서 흔히 경험하는 급정거, 급가속이 없었다. 운전기사도 항상 미소로 대했다. 이런 분위기가 밖으로도 전달된 것일까. 정류장에 있던 다른 시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웃음 바이러스란 이런 것인가 보다. “타요버스가 오면 정류장 분위기가 밝아지고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요. 하나의 축제라고나 할가. 이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면 외국인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제주도에서 올라온 박수빈(4)양 엄마)

◇내부장식 없고 휠체어 못타 ‘아쉬움’=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버스 내부는 귀여운 겉모습과는 달리 일반 버스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단지 타요 스티커 몇 개가 부착돼 있을 뿐이었다. 실망스러웠다. 이 때문일까. 30분 정도 지나자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는 아이, 엄마에 기대 자는 아이, 소리지르는 아이…. 아이가 내리고 싶다고 떼를 쓰자 휴대폰을 꺼내 타요 주제곡을 틀어주며 달래는 엄마의 모습도 보였다. “(타요버스가)아이들을 위한 이벤트가 될 수 있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버스 타고 가는 시간이 긴데 아이들이 흥미를 가고 갈 수 있는 것이 너무 없는 것은 아쉽네요. 손잡이에 인형이라도 몇 개 달고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노래라도 가끔 틀어주면 어떨까 싶네요. 미취학아동에게 무료로 운행하지만 단돈 500원이라도 받아 내부 장식에 신경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참을 기다려 탔다는 최민서(6)양 엄마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닌 듯 했다.

버스에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몸이 불편한 이들이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휠체어로 탑승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있지만 타요버스는 이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버스를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 서울 광진구에서 왔다는 강덕환(4)군 엄마의 경험담. “얼마 전 장애우 한 명이 타요버스를 타려고 엄마와 함께 정류장에 나와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런데 버스가 도착했는데도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서 못 타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까웠습니다.”

◇한달 뒤면 ‘끝’… 어린이 전용버스로 전환해야= 서울의 명물로 탄생한 타요버스. 하지만 이 버스를 경험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서울시에서 어린이날까지만 운행 방침을 밝혔기 때문. 한달 뒤면 타요버스도 일반버스로 바뀌고 디자인을 새로 한다고 들어간 만만치 않은 비용도 날아가게 된다. 꼭 그래야만 할까. “일반버스 노선을 이용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탈 수 있게 버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타요버스에서 만난 한 서울시민의 지적에 귀가 솔깃해 진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