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목아래 전신마비 장애인 교수의 희망가

'0.1그램의 희망' 이상묵·강인식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나는 전 세계 오대양을 누비며 역동적으로 연구했다. 사고 자체는 불행했지만 나는 나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44년 동안 정상인으로 살면서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횡경막을 이용해서라도 정상인처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큰 행운아다. 그리고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금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하늘이 내린 행운을 누리고 있다.’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MIT박사학위를 받고 2003년 서울대학 교수로 임용된 후 역동적으로 연구했던 그에게 2006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닥쳤다. 학생들에게 지질학에 대한 열정과 도전의식을 심어주기위해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과 공동으로 진행한 미국 야외 지질조사 프로젝트에서 차량이 전복돼 전신마비가 되고 말았다. 네번째 척추를 다친 것이다. 수술 후 그가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목 위뿐이었다. 정상인에서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된 그였지만, 사고 6개월 만에 강단으로 복귀하면서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0.1 그램에 불과한 횡경막이 온전하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지금도 학자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책은 2006년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벌어졌던 사고의 상세한 기록을 시작으로 그의 어린시절과 지질학에 대한 학자로서의 열정을 간결하게 풀어냈다.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던 그가 뒤늦게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이상묵이라는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가 아니다. 장애가 있지만 정상인처럼 세상을 살고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입김으로 작동하는 인테그라 마우스로 컴퓨터를 작동해 강의 준비를 하고 전 세계의 동료 친구들과 e메일로 안부를 묻는 그는 보조공학기기와 IT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힘든 것은 느리고 조금 불편한 것 뿐이라고. 저자는 책을 통해 장애인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용기를 내라든가 희망을 잃지 말라 등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메시지는 장애인의 삶을 개선시킬 수 없다”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시스템과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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