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디어 산업의 주역들] <8> 석호익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방송·통신융합시대 대비 조직·제도정비 서둘러야" <br>디지털기술 힘입어 영역간 경계 허물어져 "때 놓치면 경쟁력 상실"


서울 서초구 양재사거리를 빠져나가 200미터쯤 남쪽으로 더 내려간 뒤 과천쪽으로 우회전해 마주친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청사에서 만난 석호익 원장이 대뜸 꺼내든 단어는 ‘Blur(희미한, 경계가 애매한)’였다. “디지털기술은 모든 걸 다 섞어놓기 때문에 전 부문에서 컨버전스(Convergenceㆍ융합)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 명확히 구분됐던 각 영역이 지금은 흐트러지고 있는 거지요. 한때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산업의 총아였던 자동차는 조만간 전자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겁니다. 자동차가 휴대폰과 같은 정보통신 단말기로 바뀔 수도 있는 거구요, 방송과 통신도 결국 한몸으로 섞여지게 될 겁니다.” 지난 5월 22일 취임 후 불과 두달 남짓 됐지만 석원장의 논리가 쏙쏙 들어오는 것은 그 자신이 방송과 통신 양쪽을 꿰뚫고 있는 안목을 가진 국내 권위자의 한사람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2년 ‘통신ㆍ방송의 융합요인과 효과에 관한 연구-국제비교와 한국의 전략’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정식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아놓고 있다. 여기에 85년 설립된 후 지난 20년간 국내 정보통신분야의 최고 싱크탱크로 자리잡은 KISDI라는 조직의 힘이 더해진다. 정보통신부의 핵심정책 밑그림이 모두 이곳에서 나와 집행됐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없다. 전체 직원 160여명중 박사급 연구원 40여명, 석사급 70여명이 포진중이다. 이곳에 ‘석호익 박사’가 한명 더 추가 투입된 셈이다. 정통부 출신이 KISDI 원장에 취임한 것 자체가 KISDI 20년사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석원장은 “지난 30년간 국내 IT산업 격변기의 한복판에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78년 행시 21회로 정통부 전신인 체신부 우정국 우표과 사무관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데이콤의 정관과 임직원 보수표까지 내손을 거쳤다”고 말할 정도로 정보통신 정책의 대소사가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다. 석원장은 특히 대한민국 IT산업 지형을 바꾸게 된 대형 사업권 선정은 크게 3가지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노태우 대통령 당시 이뤄졌던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 96년 이뤄진 PCS 3사 선정, 2000년대 IMT-2000사업자 선정 등이 그것이다. ???철학을 ‘아(我)와 비아(非我)의 일치’로 잡게 된 것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왔다고 했다. 개인의 목표(我)는 조직과 국가의 목표(非我)와 일치돼야 제대로 된 ???살 수 있다는 다소 ‘거창한’ 뜻이다. “수많은 이권사업들을 처리하면서 이 좌우명을 갖지 않았다면 아마도 떳떳한 공무원으로 이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그는 좌우명에 대한 다소 쑥쓰러울 것 같은 분위기를 피해갔다. 석원장이 향후 3년간 끌고 나갈 KISDI 조직원에게 주문한 내용도 특이하게도 ‘제발 희생하지 말라’는 것. 장기간 일관성있는 업무태도를 기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를 위해, 나의 발전을 위해 신바람이 나서 일을 해야 조직도 발전하고 국가도 앞으로 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조직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서야 얼마나 그런 업무태도가 지속될까요.” 석원장은 “그래서 취임 후 첫번째로 지시한 일이 내가 희생해서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만들어진 모든 내부 규정을 찾아내 바꾸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식견을 가진 전문가로서의 견해도 뚜렸했다. “국제사회는 계속 변하게 돼 있고 변화에 적응한 민족, 국가, 기업, 개인만 그 시대의 주역으로 활약했습니다. 한국이 IT강국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 것도 세계최초로 정통부를 독립부처로 설립한 것이나 초고속인터넷망에 과감히 투자한 것 등 남보다 한발 먼저 나갔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방송과 통신 융합시대에 맞는 조직과 제도를 늦게 갖출 수도 있고, 빨리 갖출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늦게 갖추면 경쟁에서 떨어진다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 알아야 됩니다.” 그는 “내 후임자가 와서 내가 결정할 내용들을 놓고 참 현명한 생각들을 해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면 내 역할은 제대로 해내는 것”이라는 KISDI원장의 역할을 규정했다. ◇석호익 원장은
▦52년 경북 성주생 ▦78년 영남대 경영학 졸 ▦77년 행시 21회 ▦93년~2005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우정국장, 전파방송관리국장, 정보통신지원국장, 서울체신청장, 정보화기획실장, 기획관리실장, 정책홍보관리실장 ▦2006년 5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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