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29일] 휴가 단상(斷想)

지루했던 장마가 물러가면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 같다. 경제 사정이 예년만 못해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휴가는 언제나 즐겁다. 일상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책을 보거나 쉬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휴가의 형태도 많이 변해 이제는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이곳 저곳을 방문하기보다는 한 곳에서 푹 쉬는 휴양문화가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해외 여행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산하를 보고 즐기는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름 휴가로 경주 부근의 감포(甘浦)에 다녀올까 한다.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 동해안 방향으로 조금 가다 보면 바다가 나온다. 그곳이 바로 감포다. 10여년 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족여행으로 함께 간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하다. 물론 이번 여행은 집사람과 나만의 단출한 여행이 될 것이다. 유홍준씨가 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세 곳의 길(街道) 중 하나로 추천한 감포 가도를 달리다 보면 신라 사찰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두 개의 감은사지석탑이 보인다. 그냥 덩그러니 서 있는 석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없어진 절터에서 석탑의 담백함을 음미해보면 볼수록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가면 대왕암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이견대가 나타난다. 이견대에서는 민속 미술사학자인 고유섭씨가 쓴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큰 비석도 볼 수 있다. 이번에 가면 한때 불국사를 지사(支寺)로 두었다는 천년사찰 기림사도 봐야 할 것 같다. 기림사에 있는 다섯 개의 약수(五井水)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가지의 신비한 맛이 난다고 한다. 또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6월부터 8월까지 흐드러지게 피는 수국(水菊)을 구경하는 것도 일품이라니 꼭 봐야겠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대나무 사이를 휘돌며 내는 바람 소리를 바다 향기와 함께 느낄 수 있는 동해안의 비경 감포,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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