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패션 세계와 경쟁해야 산다/패션산업

◎선진국의 브랜드파워 후발국 값싼 노동력에 코너 몰려/수출 90년이후 평균 9%씩 줄어 품질·디자인으로 승부해야/글로벌시대 국제시장서 생존가능정복당할 것인가, 정복할 것인가 한 스포츠브랜드 광고문구다. 이 말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국내 패션산업이 가야할 길을 극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무역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해외 유명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린 국내시장에서 그나마 자리를 지켜야할 지 아니면 우리 것을 들고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야할 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해외유명 업체들은 첨단기법과 노하우,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정면 공략하고 있고, 중국 동남아등 패션 후발업체들은 값싼 노동력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 패션산업을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더이상 물러설 자리도 없고 시간도 없다. 시장포화에 서 있기조차 버겁다. 힘을 내서 다시 싸우고 싶지만 주위상황도 만만치 않다. 우리의 패션 현주소와 문제점, 새로 맞이할 세기의 패션중심에 서기위한 과제를 조명해본다. ◇국내 패션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패션브랜드 수는 1천3백46개. 약 7백여개 의류회사가 난립해 경쟁하고 있다. 올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70개 이상 신규 브랜드가 출범해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또 지난 95년 허용된 병행수입제와 유통시장 전면 개방에 따라 의류시장은 해외브랜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직수입 브랜드가 1백11개, 라이선스 브랜드 39개 등 총 1백50여개의 해외브랜드가 새로 도입됐다. 이에따라 수입규모는 크게 늘고 수출은 90년 이후 평균 9.1%씩 줄어 드는 상황이다. 국내외 임금 상승으로 개발도상국에 비해 약화한 가격경쟁력과 OEM 수출에 의지한 제품디자인 하락, 정부지원 부재, 고급인력 상실, 패션인프라 부실등 비가격 경쟁력을 함께 상실한 결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패션산업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패션산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는 의류산업을 하향산업이라며 거의 원론적 수준의 지원만 들먹인다. 정책부재는 말할 것도 없고 육성대책도 관련부서 따라 제각각이다. 특히 요새같은 때엔 어느 금융권에 가서도 대출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패션업을 부도 1순위 업체로도 분류하고 있다. 외부 시각은 그렇다 치고 내부사정은 어떤가. 단체, 협회, 업체들은 입으로는 패션산업 발전을 외치지만 누구 하나 중심이 되서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나서면 손해본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복지부동이 패션산업 곳곳에도 만연되어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따라서 좋은 정책, 제안이 제시되도 결국 이를 선도할 주체자가 없이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마는 실정이다. 나서는 자 없는데 따라갈 자 어디 있겠는가. 정부는 정부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각자 뿔뿔이 흩어진채로 나 혼자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 현 국내 패션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21세기를 맞아 풀어야 할 과제 변화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한다. 마인드도 바꿔야 한다.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시대에 국내패션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수단은 변화라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경쟁의 심화,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 제품 수명주기의 단축화, 정보기술 등 제반기술의 급속한 발전, 합병과 제휴를 통한 기업간 이합집산의 가속화, 조직원들의 특성 변화 등. 범위와 속도 심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 단체 기업 패션인들 모두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패션산업의 구조적 변화다. 소비자 기호에 따라 수입은 막을 순 없겠지만 수출은 늘릴 수 있다. 에스에스등 대기업과 유명 디자이너 캐릭터로 양분화된 시장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 재고를 남발하는 무리한 생산을 지양하고 소품종이라도 소비자에게, 해외바이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LG패션과 유명 디자이너 송지오씨의 결합은 좋은 예다. 특히 품질과 디자인에 승부를 걸어야지, 눈앞의 이익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다소 어렵더라도 대기업들이 전면에 나설 시기다. 또 유통개방으로 기존 제조메이커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전환도 불가피하며, 패션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육성 등 인재양성도 근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둘째 인식의 전환이다. 패션산업은 죽어가는 업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산업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정책대안이 절실하다. 공무원 마인드가 변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제다. 패션인들도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각자 손해보더라도 조금씩 양보해 경쟁력있는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패션관련 단체들의 이전투구는 이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수입에 앞장서고 제살 깎기식의 출혈 경쟁을 유발하는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의 인식전환도 요구된다. 수입제품은 무조건 좋다는 식은 바로 국내 패션을 앞장서 죽이는 길이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는 법. 한발짝 떨어져 지켜봐 줄 때가 이제 온 것이다. 국내 패션산업이 21세기에 살아남느냐 여부는 바로 소비자들을 비롯한 패션인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격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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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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