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에게 뚫렸던 현대카드 전산망이 이제는 일개 가맹점에까지 유린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카드는 해킹 사태 이후 거듭 약속했던 전산보안 강화가 공염불이었던 셈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가맹점인 서울 사당동의 주차장업체가 P사가 현대카드 전산망에 무단으로 접속해 이미 계약기간이 끝난 제휴서비스로 장사를 했다. 카드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제휴가 끝난 사업에 대해서는 가맹점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전산망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기본인데 현대카드가 이런 기본적인 보안조차 지키지 못했다"며 혀를 찼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제휴서비스는 '현대카드 3시리즈' 신용카드 회원들이 P사에서 연 30회까지 무료 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현대카드가 관련 비용 중 일부를 분담하는 내용이었다. 이 제휴사업은 지난 3월 말 종료됐음에도 P사는 전산망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마케팅을 계속 했다. 현대카드는 가맹점이 전산서비스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데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해 전산망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지나친 영업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전산망 보안이나 가맹점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현대카드는 영업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15.7%였던 신용판매 시장점유율은 3월 말 15.9%로 뛰었고 카드론을 포함한 전체 취급액도 14.1%에서 14.6%로 올랐다.
카드 업계의 한 대표는 "가계부채를 늘린다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에도 현대카드 등 대기업계열사들은 눈치보지 않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카드는 이에 대해 "가맹점 관리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과당경쟁 문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