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빅데이터 3.0시대] <중> 금맥을 캐라

IT·의료·금융에 데이터 접목땐 시너지 효과 무궁무진<br>수천만 가입자 데이터 활용… 뜨는 상권인지 한눈에 쏙<br>수주 걸리던 유전자 분석 7일 이내로 단축 가능<br>이통사-카드·유통업체 등 제휴·인프라 구축 서둘러


새벽2시까지 북적이는 서울의 한 번화가. 언뜻 어떤 주점을 창업해도 잘될 것처럼 보이지만 SK텔레콤의 상권분석 서비스 '지오비전'이 보는 눈은 달랐다. 이 지역에서는 40대 직장인을 겨냥한 로바다야키보다는 20대들이 좋아할 중저가의 맥주 가게를 여는 게 최적이라는 분석이었다.

지오비전은 지나다니는 행인 수를 무작정 센다거나 주변 상인에게 묻는 대신 철저히 데이터로 승부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기지국과 현대카드 가맹점을 통해서는 이 지역으로 어떤 성별과 연령대 사람들이 모여드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OK캐시백 가맹점에서는 캐시백 적립 빈도를 기준으로 단골이 많은 지역인지, 뜨내기 중심의 상권인지 판단할 수가 있다. 부동산114는 해당 지역 분석과 어떤 업종의 매장이 몇 개나 자리잡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지오비전은 총 9개 협력사가 가진 데이터라는 '금광'에서 겨냥해야 할 소비자층과 상권의 특징, 삼겹살과 파스타 중 어느 쪽의 기대매출이 높은지 등을 추출해낸다.


◇수천만 가입자의 방대한 데이터 활용=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물론 금융ㆍ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을 들이는 신사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적게는 1,000만명, 많게는 2,600만명의 가입자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 이통사들은 빅데이터 시장 진입이 자연스럽다. 지오비전 사업을 담당하는 하도훈 SK텔레콤 부장은 "이전까지는 인프라나 플랫폼 차원에서 빅데이터가 많이 언급됐다면 지난해 이후부터는 빅데이터의 수익 모델을 찾아나서는 추세"라며 "SK텔레콤의 경우 매년 109만명이 창업하지만 이 중 83만명은 문을 닫는 현실에 착안해 상권분석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의 빅데이터 서비스에 주목하고 지난해 말 NHN과 업무협력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 부장은 "빅데이터의 창조적인 활용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지난해 9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손잡고 본격적인 빅데이터 사업을 준비 중이다. KCB의 지역기반 분석 서비스 '알지오(R-geo)'에 올레맵, 지역별 유동인구 정보 등을 결합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별 소비자들의 구매능력을 분석, 기업ㆍ자영업자들이 마케팅에 활용하도록 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도 1ㆍ4분기 내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문을 열 예정으로 빅데이터와 관련된 인프라 부문에서 공을 들이고 있다.


◇빅데이터와 의료ㆍ금융…시너지 '무한대'=KT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산업 간의 데이터 융합을 통해 데이터의 효용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뜻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의료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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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는 지난 2011년 6월부터 삼성지놈닷컴(www.SamsungGenome.com)을 통해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방대한 양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대략 수주가 소요됐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덕분에 이 기간을 7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었다. 삼성SDS는 국내외 의료기관ㆍ제약사ㆍ연구기관 등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가 지난해 말 출시한 게놈클라우드(GenomeCloud)도 유전자 분석 서비스다.

LG CNS는 제조ㆍ금융ㆍ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생산품질 관리, 소셜미디어 분석, 사기(Fraud) 적발 관리, 경영 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 '스마트 빅데이터 플랫폼(Smart Big data PlatformㆍSBP)'을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LG CNS에 따르면 SBP는 기존 데이터 분석 시스템에 비해 데이터 저장시간과 통계자료 처리시간을 각각 97%, 85%까지 줄여준다. 매일 쌓이는 방대한 데이터를 좀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LG CNS는 빅데이터 전담조직인 AA(Advanced Analyticsㆍ고급 분석)센터를 지난해 7월 신설하고 빅데이터 시장에서의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SK C&C는 현재 실시간 대용량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스톰'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빅데이터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의 빅데이터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에 가깝다. 하지만 빅데이터라는 큰 시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16일 열린 삼성그룹 사장단 수요 회의의 주제강연 내용이 빅데이터였을 정도로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크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EMC나 테라데이타 등의 외국 기업은 10여년 전부터 빅데이터 사업을 준비해왔지만 다행히 요즘 국내 기업들의 기술확장이 워낙 빨라 많이 늦지는 않은 상태"라며 "기업들 사이에서 빅데이터가 이슈로 떠오른 게 지난해인데 매우 빨리 따라잡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기업들은 IT 인프라에 한번 투자하면 확실히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장 교수의 분석이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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