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서태지 은퇴. 2001년 `친구` 대박.
시절의 흐름마저 십대들의 눈높이로 기술한 영화 `은장도`는 이 시대 `18~24`의 사랑 방정식을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다
열녀비를 하사 받은 종손가 후예인 민서(신애)는 대학 입학을 위해 서울로 야반도주한다. 21세기와 안 어울리는 일이지만 유달리 엄격한 부친 탓에 민서에겐 최후의 선택쯤 된다. 하지만 민서는 `일이 생기면 자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은장도 만은 잊지 않은 채 상경 열차에 오른다. 법학도가 된 민서는 곧 주학(오지호)과 사랑에 빠진다. 주학은 민서의 몸을 얻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호락호락할 리 만무하다. 그 와중에 민서의 선배 가련(송선미)는 발기불능인 남자 킹카(윤다훈)의 성심에 반해 그를 유혹하기에 여념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만 요조숙녀인 경숙은 순진한 동욱을 마지막 타깃으로 삼고 그를 얻고자 전력을 불태운다.
신애 오지호 등 신인 기대주를 앞세운 `은장도`는 술, MT, 대리출석 등 21세기 대학생들의 생활상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20세기 대학생들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이트 클럽 대신 바를 애용하고 열차 보다는 SUV에 몸을 실으며 강촌보다는 고급 콘도로 MT를 가는 정도. 사는 곳도 어느새 허름한 옥탑방 대신 깔끔한 원룸으로 업그레이드 돼 있다. 영화가 주목하는 다음 코드는 이제는 숨길 것도 없게 된 이 세대의 섹스 라이프. `마음의 확신만 있으면 된다`는 주문은 남녀 평등의 마지막 보루가 여성의 섹스 향유권이라는 듯 열녀문을 무너뜨리고 종손가 어르신들과 한 판 싸움을 불사한다.
하지만 과장된 코미디로 일관하는 영화 속 정서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다분히 기대어 있다. `논리적 오류`까지 `극적 허용`의 하나로 포장, 열녀문이 됐건 하룻밤 사랑이 됐건 `쿨`하지 않으면 모두 범죄라 말한다. 다분히 젊은이들의 정서에 코드를 맞추었다는 전략인데, 18~24 세대의 주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