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與후보들 '나홀로 선거' 승부수

"재보선 '정권 심판론'에 휩쓸려 표 잃을라"<br>강원도 엄기영-김해을 김태호-분당을 강재섭 "당 지도부 지원 사양"

"한나라당 이름표가 두렵습니다." 4ㆍ27 재보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ㆍ도지사 후보들이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지 중앙당의 지원을 거절하고 나섰다. 여론이 좋지 않은 현정권과 한묶음으로 휩쓸리지 않기 위한 안간힘이다. 당 지도부 도움 없이 승리해야 다음 총선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임장관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7ㆍ28 서울 은평을 보궐선거에서 당의 지원유세를 뿌리치고 '나 홀로 선거'를 치른 것과 흡사하다. 현정부에 대한 비판론이 적지 않았던 당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부각된 이 후보가 당 지도부의 지원유세를 받을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었다. 4ㆍ27 재보선에서 이처럼 후보들이 중앙당의 지원을 사양하자 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당 지도부 교체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당 지도부는 총력지원체제 가동을 서둘러왔지만 이제는 그저 마음만 바쁜 상황이다. 5일 한나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로 본격적인 유세를 시작한 엄기영 후보는 당 지도부의 지원에 기대지 않을 계획이다. 지난 3월 이후 안상수 대표는 2주에 한 번씩 강원도를 찾아 '강원도 10대 공약'을 발표했고 후보경선대회에도 참석했다. 엄 후보 측 관계자는 "예비후보가 경선을 벌일 때는 안 대표가 자주 왔지만 이제 본선부터는 알아서 자주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야당이 정권심판론으로 공격하는데 당 지도부가 우르르 오면 중앙 정치판의 싸움처럼 보여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엄 후보 측은 당 지도부의 지원유세와 달리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평창올림픽 유치활동을 위해 강원도를 방문, 자연스럽게 지원유세를 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김해을에 나선 김태호 후보 역시 철저히 지역선거를 고집하고 있다. 김해 토박이가 아닌 그로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이 지역의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것. 경남 지역의 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김해 지역은 주로 어르신인데 이분들은 김 후보를 김해 출신도 아니고 우리 지역 대통령을 죽인 한나라당 사람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당 지도부가 오는 게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진입을 기대하는 강재섭 후보도 당 대표를 지냈지만 아예 한나라당 성토로 분당주민 잡기에 나섰다. 강 후보는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나라당은 처절한 헝그리 정신이 다 없어지고 지금 날씨가 좀 따뜻하고 졸리니까 잠이나 자고 반쯤 조는 동물 같은 그런 냄새가 난다"고 질타했다. 그의 공천을 반대한 당 지도부 및 여권 주류와 마찰을 빚은 그는 중앙당의 지원을 "필요 없다"고 자르고 있다. 통상 임기말로 갈수록 민심이 여권에 비판적인 추세를 보였음을 감안해도 이번 재보선에서 후보들의 나 홀로 선거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각 지역 시도당에서는 강원도의 경우 숙원사업 예산이 4년째 지지부진하고 분당을은 현정권의 경제 살리기나 공정사회론이 젊은 층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여긴다. 김해을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더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가 겹쳐 지역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분석한다. "정권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있다. 전월세와 생활물가 급등 문제 등 민심을 이반시킬 난제가 우리에게 몰려오고 있다(김무성 원내대표)"는 우려가 당 지도부에까지 퍼진 판국에 구태여 지도부를 총출동시켜 '여당'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게 후보들의 솔직한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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