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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은행의 회계ㆍ공시 정보는 '농담(joke)'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전 부회장인 크리스토퍼 마호니(사진)가 정치ㆍ경제 전문 웹사이트인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올린 독설이다. 이처럼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유럽 은행 전반의 회계 불투명성이 또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마호니 전 회장은 "유럽 은행들의 회계 및 공시 정보는 농담 수준으로 유럽 예금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 신용도는 실제 재정상태와 상관 관계가 거의 없다"고 비꼬았다.
그는 특히 "이번에 청산되는 라이키은행을 비롯해 키프로스 은행들이 2011년 유럽금융감독청(EBA)의 스트레스테스트도 통과했고 최근 보고서에서도 예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금융감독기관의 감독도 부실하고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재정상태 정보도 가짜라고 비난했다. 부실은행들이 재무구조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사들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마호니는 "무디스도 그리 통찰력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은행들은 적어도 내가 재직할 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는 키프로스 은행은 물론 과거 구제금융을 받았던 스페인ㆍ이탈리아 은행도 마찬가지라는 게 마호니의 지적이다. 그는 "스페인의 방키아, 이탈리아의 방카MPS 등 과거 파산위기에 내몰린 부실은행도 2011년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했다"며 "은행들이 결국 쓰러질 때까지 스트레스테스트가 조작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스페인 방키아는 2011년 상장을 앞두고 공격적인 캠페인을 통해 자금을 모았으나 결국 부실이 드러나며 지난해 5월 45억유로의 긴급자금이 수혈되는 동시에 국유화되는 신세로 몰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방카MPS도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막대한 파생상품 손실이 은폐됐다.
한편 그는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가 스페인 금융 분야에 대한 우려로 전염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예금자 대책이 없으면 유럽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