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오월동주?

얼마 전 전경련의 한 고위관계자는 어느 자리에서 “여당 386의원들이 세상물정을 너무 모른다”며 “앞으로 토론회 등 각종 모임에 자주 초청해 경제현실도 정확하게 알려주고 교감을 쌓으려 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참여정부와 함께 의욕적으로 일을 해보려는 전경련 입장에서는 두터운 현실의 벽을 깨보려는 안간힘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현장의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방식의 모임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데다 과거 수차례의 회동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이미 ‘세상물정 모르는’ 386의원들과 지난 2004년 이후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양측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당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서로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의원들은 훈계조로 기업 경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해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마저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양측이 대화의 전제조건을 제대로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애써 외면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다만 성과라면 ‘경제단체의 체질 개선’을 압박하던 여당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는 것 정도일 듯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에도 정부의 기업정책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기업인들은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면 “우리가 대놓고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냐”며 “언론에서 좀더 분명하게 주장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소연을 늘어놓곤 한다. 마침 전경련은 오는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비공개 세미나를 갖고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현안을 토론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전경련은 집권여당의 요청에 의해 어렵게 성사된 것이라며 잔뜩 기대하고 있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행여 집권당이 선거를 앞두고 재계의 환심을 사겠다는 속셈으로 회동을 제안하고 경제단체는 뭔가 그럴듯한 행사를 마련했다는 기록을 널리 알리는 데 급급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겉으론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기간 중 경제단체장들이 처음으로 전용기 동승이라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모든 만남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회용 전시행사가 아니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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