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친인척비리 척결하려면

김대중 대통령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들문제와 관련해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참담하다"면서 "다섯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지만 지금같이 참담한 심정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월드컵에 응원하러 나갈 때 발이 천금같이 무거웠다. 어쩔 수 없이 손을 흔들면서도 얼굴에 철판을 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김 대통령의 참담한 심경은 그것을 듣는 국민들의 심경도 참담하게 한다. 김 대통령의 두 아들 스캔들은 정확히 5년 만에 되풀이 된, 정확히 똑 같은 내용의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이 같은 유형의 범죄 반복성은 권력형 비리가 대통령 개인의 의지나 각오만으로는 결코 척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것임을 알게 한다. 김 대통령은 "아들들의 비리에 대해 사전정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에 대해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 말은 보고책임자의 직무태만에 대한 인책문제를 말한 것이 아닌가 하여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대통령 친인척비리 척결을 위한 제도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으로 해명됐다. 정부 내에는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있다. 이들 부서가 두 아들의 비리정보를 몰랐다는 것도 문제거니와 알면서 보고를 안 했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친인척 비리는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고 생각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않을 때 커지게 마련이다. 그 같은 직무유기는 대통령과 국정을 망치는 행위다. 김 대통령이 말한 제도적 책임문제에서 이 같은 보고채널의 기능여부는 핵심적 과제다.대통령이 보고부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사태를 정확히 인식한 것이라고 본다. 알면서 보고를 하지 않은 사람은 엄중 인책 돼야 할 것이다. 문책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제도적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촉진책이기도 하다. 또 제도개선과 관련해 지적할 것은 대통령의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물론 재산형성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문제된 두 아들의 재산공개와 관련, 공직자윤리법의 단서조항을 근거로 고지를 거부했다. 김 대통령이 아들들의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했더라면 최소한 홍걸씨의 미국 집이나 홍업씨의 호화아파트 등의 문제는 사전에 인지가 가능했을 것이다. 재산공개의 투명성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국세청이나 금융감독당국 등으로 하여금 친인척의 재산변동 여부를 조사하게 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으리라고 본다. 친인척 비리로 국민과 대통령이 참담해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