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국민의 눈높이와 건설문화

국내 경제는 오는 2010년 이전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증가는 단순히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지방에서 건설되는 각종 교량 등의 설계 심의에 주민들의 참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참여 주민들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지역을 상징하거나 관광객들을 끌어올 수 있는 경관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국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콜로세움, 경주의 불국사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주요 관광자원의 50% 이상이 건설산업에서 생산한 상품이라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 건물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같은 건설 명품이 국내에는 없는 이유를 묻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의 설계모형은 주민들이 선택했다. 주민들은 비싼 통행료를 내더라도 인근에 있는 금문교보다 뛰어난 경관을 갖춘 교량경관을 선택한 것이다. 기존 건설비에 비해 3배나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도 교량경관의 미래가치를 보고 대가를 지불하기로 한 셈이다. 선진국 사례를 드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상품의 성능과 품질, 환경, 그리고 경관 등에 대한 눈높이는 상당히 높아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잣대로 현재 가격을 따지는 안타까움이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반대로 국내 건설산업은 가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건설상품을 최저가격으로 구매하는 것만이 마치 글로벌스탠더드인 것처럼 인식하는 일부 주장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 싼값은 상품의 성능이나 경관, 품질 등에 타격을 주게 된다. 문제는 우리 세대보다 다음 세대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하루 중 19시간은 가정이나 사무실, 혹은 공장 등의 실내공간에 있으며 5시간은 이동하거나 혹은 야외공간에서 보낸다. 실내공간은 건축을 의미하며 이동은 교통이나 자연환경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24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건설상품과 연계돼 있다. 건설산업이 국민생활산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제 국내 건설산업 역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문화를 구축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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