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도 돌아온다

강신호 전경련회장 "국가비전 부재 활력 상실"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도 돌아온다 정부 보조금지급등 기업 기술개발의욕 북돋워"성과보다 사람중시" 일본식 경영으로 인재 확보민간수요 회복 주력 최근 정책변화도 주효 10여년간의 고된 혹한기를 거친 일본은 지금 완연한 회복기조에 들어섰다. 일본의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비 5.6%로 주요 선진국 중 단연 최고다. 공공투자는 줄고 있음에도 불구, 수출과 소비ㆍ설비투자는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는 올 1ㆍ4분기 전년동기 대비 무려 10.2%가 올라 지난 97년 이후 최초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제조업에서 시작된 회복기미는 이제 비제조업과 중소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경기회복의 기운이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경기판단지수는 대기업 제조업의 경우 지난해 3ㆍ4분기 플러스를 회복한 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6월 중소기업의 업황판단지수도 13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고 비제조업 역시 97년 3월 이후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10년 전 고임금 등을 이유로 일본을 등졌던 기업들은 다시 본토로 돌아오고 있다. 일본의 임금이 비싸기는 하지만 동남아시아 등에 비해 생산성이 높은데다 첨단기술 인력을 구하기는 일본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장기불황 탈출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던 ‘기술개발’을 첫번째 요인으로 꼽는다.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는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한 ‘수출과 내수의 단절’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에서 수출호조에도 불구,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LCDㆍ반도체ㆍ통신기기 등의 해외부품 의존도가 절반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지적이다. 이는 그동안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중간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 대부분은 신기술개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일본 등에 일감을 빼앗긴 측면도 있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기업들조차 신규 기술투자에 인색하다. 이에 비해 일본은 소재ㆍ부품 제조기업과 조립 가공기업간의 기술제휴와 상호협력체제가 잘 이뤄져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대기업의 기술 노하우가 중소기업에까지 전달된 것. 정후식 한국은행 차장은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가 시마즈제작소라는 자그마한 기업의 연구원이라는 사실은 일본기업들의 높은 기술 연구ㆍ개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일본기업의 회귀현상은 첨단기술 개발에 역점을 둔 결과이기도 하다”며 “기업들이 핵심기술 유출 등을 고려한데다 우수 기술인력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이 기술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정부도 일조했다. 일본정부는 숙련기술 계승을 위한 30대 사업을 선정, 매년 1억엔씩 3년간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와 함께 기업ㆍ대학ㆍ연구소 등이 특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기술개발ㆍ부품조달ㆍ인력 등 정보교류를 할 수 있도록 전국 11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지적재산권 기본법을 제정,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한 것도 정부의 공적이다. 이와 함께 성과를 중시하는 미ㆍ영 방식을 따르기보다 인간을 중시하는 일본식 경영방식을 추구한 것도 일본이 오랜 침체 끝에 부활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기업들은 체화된 기술이나 노하우를 중시, 그 기초가 되는 인재를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최고경영진이 현장중시 기업문화를 통해 기술자와 사원들과의 인간관계 강화에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상현 삼성경제П맑?수석연구원은 “한국기업들은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지나치게 단기ㆍ개인 중심의 성과주의로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이보다는 장기적 관점과 조직의 성과를 중시하는 한편 경쟁력의 질적 도약을 위해 핵심 리더와 인재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 일본의 인간중심 경영은 자연히 ‘신뢰와 협력’을 중시하는 노사문화로까지 이어졌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현대자동차 순이익의 약 7배에 달하는 9조5,000억원의 수익을 냈지만 근로자들은 당시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감안,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았고 올초에도 회사와의 단체교섭에 앞서 임금동결 선언을 했다. 사측 역시 근로자들에게 고용안정과 순이익의 7%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민간중심의 경제정책을 쓴 것 역시 우리가 배울 부분이다. 일본정부는 90년대 여덟번에 걸친 대규모 공공투자 확대책을 내놓았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무조건적인 ‘돈 쏟아붓기’를 자제하고 민간수요 중심의 회복을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 대신 기업들이 맘놓고 경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부문에 돈이 잘 돌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한 것은 최근 국내기업인들과 민간연구소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입력시간 : 2004-07-2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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