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체계 개편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금운용위를 1년에 4~6차례만 열었다. 회의시간도 평균 2~3시간에 그쳤다. 사전에 충분히 안건을 설명하고 자주 회의를 열어 가입자단체 대표들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당연히 세계 금융·자산시장의 변화에 맞춰 기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금운용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복지부는 가입자단체 위원들 중에는 투자안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위원도 있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7년째 기금운용위 실무평가위원으로 참여해온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는 "복지부가 법 개정에만 집착하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씩 회의를 여는 등 운용위를 충실하게 운영해왔다면 현행 제도에서도 가입자단체 대표들이 준(準)전문가가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로 부실화한 기업을 국민연금이 인수하지 못하게 막은 것도 가입자 대표였다"며 "국민연금을 재정의 도구, 거시경제정책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권이나 경제부처의 의도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전문가가 아니라 가입자 대표"라고 강조했다.
반면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급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