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이라크 공격/전문가 대담] “유가 40달러대 지속땐 무역적자 100억달러”

- 박봉규 산자부 무역 정책국장- 한영수 무역협회 전무이사 - 사회: 정문재 경제부 차장 미군이 바그다드 등 이라크 주요 도시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다. 이번 전쟁으로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은 당분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플랜트 산업의 경우 큰 홍역을 치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은 전세계적인 소비 및 투자위축을 가져와 우리 경제에도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수위축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쟁으로 수출마저 줄어들면 우리 경제는 깊숙한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라크 전쟁 양상에 따라 세계 및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경제신문은 이번 전쟁이 세계경제와 우리의 무역전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알아보기 위해 박봉규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국장과 한영수 무역협회 전무이사를 초청, 긴급대담을 가졌다. ▲사회: 현재로서는 미국이 절대적인 군사력 우위를 보이는 만큼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번 전쟁이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한영수 전무: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나느냐에 따라 세계경제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큰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당초 예상대로 단기전로 종결될 경우 국제유가가 상승 등의 악재는 조만간 사라질 것입니다. 또 전쟁이 빨리 끝나면 전쟁복구 수요가 곧 현실화되면서 플랜트 및 소비재 수출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국내경기에도 플러스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쟁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 지 불투명한 탓에 그 파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봉규 무역투자실장: 중동은 석유를 빼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라크는 세계 제2석유생산국으로 에너지공급에 있어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라크의 석유생산이 중단될 경우 이라크의 하루 원유생산량 200만배럴을 증산할 수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 단계로서는 국제유가 및 수급문제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전쟁이 단기전이 아닌 중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전세계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한 전무:무역협회는 최근 80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이라크 전쟁발발에 따른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선진국의 경기침체와 유가인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 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포함한 제 3국도 심리적 영향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수출 차질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대상기업 가운데 81%는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수출감소폭이 10% 미만일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전쟁이 중장기화되면 수출이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기업이 전체의 45%에 달했습니다. 결국 전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내기업의 수출감소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출기업들은 이 같은 환경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절감, 유동성 확보 등 긴축경영을 준비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 실장:올들어 2월말까지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은 11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9%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전체 수출 증가율은 23.9%였습니다. 결국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감소는 이미 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은 현지의 소비위축, 운송차질 등으로 어느 정도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이라크에 대한 수출은 이미 지난 해 12월부터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수출물량이 줄어든 것은 중동 현지의 수입 수요가 전쟁 이후로 연기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중동지역으로의 선박 운항축소 등에 따른 운임상승, 해운사의 전쟁할증료 징수, 해운보험료 인상 등의 비용문제 입니다. 이는 수출업체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특히 전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현상은 중동 이외의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당분간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면 수출을 조금이라도 늘일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은데요…. ▲한 전무: 이라크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아주 작습니다. 중동 전체로 해도 4.6%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세계 경기전반에 심리적 영향을 미칠 테고 유가인상은 곧 수출코스트 증가로 이어져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겁니다. 수출도 문제지만 플랜트, 공사 측면에서 볼 때 이라크 주변 6개 국가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28건, 금액으로는 59억 달러, 근로자 숫자로는 650명이 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공사에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원자재를 제때 공급 받지 못할 수 있고 전체적인 공사스케줄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 실장:물류비가 오르면서 채산성 악화도 불가피합니다. 정부가 수출확대를 위해 단기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수출보험을 확대해 리스크를 보전해주고 물류비가 지나치게 오르면 합리적으로 조정해주는 것 등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플랜트수출 등 중장기 수출보험 담보비율을 100%까지 확대하고 관계부처 간 공조를 통해 수출물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체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전쟁피해를 직접 보지 않는 제3국 시장에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동남아, 중남미지역에 대해 전시회 참가 및 시장개척단 파견을 확대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2개월을 넘겨 중장기전으로 넘어가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중동수출은 물론 상반기 전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 중동수출기업에 대한 수출지원을 모든 수출국가로 확대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한 전무:환율문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원화환율의 급등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변국의 통화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적시에 적절한 개입해야 합니다. 그 다음은 자금문제로 수출기업에 대한 수출환어음 인수를 기피하는 은행이 없도록 창구지도를 강화하고, 수출품의 선적지연으로 대금이 늦어지는 것은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특별자금을 마련, 지원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수출보험공사 차원에선 중동지역 수출중소기업 특례보증제도를 확대시행하고 수출보험금을 조기지급 해 기업의 자금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입니다. 해운회사나 항공회사가 유가인상을 핑계로 적정 할증료 이상을 과다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의 지도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사회: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면 유가하락으로 수입물가가 떨어지면서 무역수지도 다시 흑자를 볼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박 실장:이라크 사태는 이미 오래 끌어왔습니다. 유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달러 이상 올랐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에너지 수입국가는 유가가 곧 무역수지로 연결됩니다. 지난 달도 에너지만 안정됐다면 적자를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입이 문제지, 수출은 아직 괜찮습니다. 유가만 안정되면 무역수지 흑자회복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전쟁이 빨리 끝난다면 연초 수출 목표인 80억달러 흑자를 달성하는데 무리가 없을 겁니다. ▲한 전무:결국 무역수지가 어떻게 되느냐는 전쟁기간에 달렸습니다. 유가가 25달러 선에서 안정된다면 박 실장 말씀대로 되겠지만 30달러라면 흑자도 적자도 아닐 것이고 40달러라면 오히려 연간 100억달러 적자가 우려됩니다. 제발 그렇게는 안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경우 엄청난 전후 복구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박 실장:이라크의 전후 수요는 대단히 클 것입니다. 단기전→친미성향의 새 정부 수립→미국의 유전개발 등의 수순으로 전개된다면 우리나라는 또 한번의 중동특수를 기대해도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상품수출이 3억달러 늘어나고, 10억달러 이상의 건설 및 플랜트 수주가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이라크 전쟁후 이 같은 재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별도로 수출보험 및 수출금융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회:전쟁이 끝나도 미국의 쌍둥이적자, 일본의 스태그플레이션 등 선진국의 구조적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습니다만. ▲박 실장: 그렇습니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미국의 적자규모는 재정적자, 무역적자를 합쳐 8,000억달러 정도에 이를 것입니다. 여기에 900억 달러에 이르는 전쟁비용부담을 걸프전 때와 달리 미국 혼자 다 감당해야 합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경제가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입장에선 비상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미국경제가 좋지 않고 일본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럽과의 통상마찰은 심해진다면 경제운용의 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수출 주력 상품들이 다 공급과잉 인 상품인 것도 우려됩니다. ▲한 전무: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수출지향적인 우리나라도 가장 많이 타격 받는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내야 합니다. ▲사회: 당장 에너지 수급문제는 어떻습니까. ▲박 실장: 그 동안 예상이 됐던 전쟁이라 원유는 110일분이 다 비축됐습니다. 단기전에는 물량에 문제가 없습니다. 미국과 이라크 사이에 워낙 전력차이가 커 이라크 자체 원유생산량, 주변 피해 등만 따지면 공급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격이 문제이지 물량은 괜찮습니다. 에너지 분야도 에너지비상대책반을 만들어 매일 체크하고 있습니다. ▲사회: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으로 통상마찰이 격화되면서 우리 무역전선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한 전무: 정말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무리한 통상정책을 써왔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유럽과 미국 간엔 골이 깊어져 사사건건 대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우방이라고 생각했다가 서운함을 느꼈던 국가들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입니다. 미국에 대한 개도국의 반발도 심해질 것입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선진국내 갈등,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도하라운드는 전쟁 여파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이 이번 전쟁에 만족하고 오히려 과감하게 양보하는 경우입니다만…. 미국은 통상은 물론 이번 전쟁에서도 고립됐습니다. 앞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정치적 열세를 만회하겠다며 선순환할 수도 있습니다. ▲박 실장: 오히려 목소리를 더 내지 않겠습니까. 세계적 수요가 위축되면서 미국과 다른 국가간의 갈등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전쟁이 길어지고 미국이 수렁에 빠지면 모를까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아예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번 이라크 전쟁을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전쟁결과에 따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달라질 테니까요. ▲한 전무:우리나라 입장에선 미국과 유럽의 입장을 가운데서 적절히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통상도 사안에 따라 국가간 해결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이지요. <정리=이연선 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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