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보호예수가 일제히 풀리면서 물량 주의보가 켜졌다.
IPO에 참여했던 최대주주나 기관투자가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차익실현 물량을 내놓을 경우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각 상장사들의 보호예수 해제 일정을 꼼꼼히 살피고 투자 시점을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에는 22개사 1억4,300만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유가증권시장 1억2,000만주, 코스닥시장 2,300만주다. 이달 의무보호예수해제 주식수량은 지난달(8,200만주) 대비 73.9%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9월(4,100만주)에 비해서는 무려 252.7% 나 증가했다.
유니켐 등 거래정지된 기업을 제외하면 당장 스포츠서울(039670)(15일·133만5,614주), 싸이맥스(160980)(16일·4만7,763주), 디오텍(108860)(17일·175만7,470주), 파인텍(131760)(17일·1만5,867주) 등의 보호예수 해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보호예수란 기업이 상장하거나 증자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상장주관사, 물량을 배정 받은 기관투자가 등이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주식을 매매할 없도록 의무화한 조치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상장 직후 차익을 실현하는 행위를 막아 주식시장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상장 시장, 투자자 구분에 따라 1·3·6개월, 1년이 적용된다.
보호예수가 해제된 물량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설 경우 가격하락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 7일 29만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된 음식료업체인 흥국에프엔비(189980)는 해제일(-5.85%)은 물론 이튿날(-8.71%)도 주가가 급락했다. 통신장비업체인 포티스(141020) 역시 이날 123만여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되며 전날 대비 13.58%(1,000원) 폭락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흥국에프엔비의 경우 벤처금융사들이 배정물량을 일제히 쏟아내 오버행 이슈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청약에 참여했을 경우 보호예수 해제일에 맞춰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보호예수 해제일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종목들은 주로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신탁 등 특정 기관투자가의 투자 규모가 큰 기업들이다. 일부 벤처캐피털사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발기인으로 참여해 기업을 인수한 뒤 상장 후 자금을 회수한다. 공모주펀드 운용사나 연기금·공제회 등의 자금을 굴리는 위탁운용사들도 장기 투자보다는 차익실현을 위해 물량을 배정 받는 경우가 많다.
다만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많지 않거나 경영을 하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풀리지 않은 경우에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비록 다른 투자자들의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리더라도 최대주주가 팔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경영을 통해 회사를 더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지난해 하반기 삼성SDS나 제일모직의 IPO 때 배정 받았던 물량을 그대로 들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재편의 핵심 역할을 하거나 사업 성장성이 우수한 회사는 보호예수가 해제되더라도 장기 보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런 종목은 주가가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보이더라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