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고속도로가 1968년 12월21일 선보인다. 길이 23.5㎞. 경인고속도로다. 첫 삽을 뜬 게 1967년 5월1일. 제6대 대통령선거 이틀 전이어서 ‘선거용’이라는 비난을 안고 시작한 공사는 19개월 만에 완공됐다. 경부고속도로의 서울-수원간 구간 24.8㎞도 뚫렸다.
고속도로 개통은 울진ㆍ삼척지역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어수선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한 바퀴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신갈 인터체인지 사진은 8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발전을 알리는 상징물로 쓰였다.
경인고속도로의 노선확정에서 완공까지 20개월이 채 안 걸렸다. 경수간 구간은 착공 10개월 만의 개통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공사비는 총 63억7,000만원. 국가예산이 2,620억원(1968년 기준)이던 시절이다. 예산 대비 건설비를 2005년도 예산안에 대입하면 3조1,966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적지않은 예산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쓰였다.
경인ㆍ경수고속도로는 수도권지역의 공업을 발전시키고 수출산업을 키웠다. 제2경인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 남부순환로, 서해안고속도로가 속속 들어서며 수도권은 세계적 메트로(거대)도시로 성장했다. 제3경인고속도로도 민자사업으로 2009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한국의 2003년 말 현재 고속도로 총연장 2,924㎞. 36년 전의 60배에 이른다. 세계 11위다. 2010년까지는 1,129㎞의 고속도로가 더 생긴다. 일반도로를 포함한 면적당 포장도로비율은 세계 6위에 해당된다.
개발연대에 만들어진 도로가 무리한 공기단축과 졸속공사로 세계에서 유지ㆍ보수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는 흠이 있지만 한국은 도로에 관한 한 선진국이다. 경인ㆍ경수고속도로는 그 시발점이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