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주주 주식담보대출 공시체계 더 강화해야

코스닥 주요기업 대주주의 지분 절반 가까이가 금융사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매출 기준 코스닥 상위 100개 기업 중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84개 기업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현황을 조사해보니 기업 27곳의 대주주 일가 47명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47명의 주식평가액은 1조7,020억원으로 이의 절반에 가까운 8,000억원이 담보로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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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로서는 자금이 필요할 때 주식담보대출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일반투자자에게는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대주주가 자금을 빌린 뒤 상환에 차질이 생기거나 주가가 담보가액 밑으로 내려가면 금융사가 반대매매에 나서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 대주주가 기업이면 문제는 더 커진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평균 연 8%대의 고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더구나 담보로 제공한 주식 가치의 60~70%만 대출받을 수 있다.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나쁜 조건이어서 해당 기업의 재무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 된다.

큰 사고를 방지하려면 투자자가 주식담보대출 관련 정보를 자세히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계약할 때와 해지할 때 1% 이상의 변동이 생기면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것만으로는 대주주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렵다. 상장 전에 이미 주식을 담보로 맡긴 경우가 많은데다 변동된 주식 수만 공시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주식담보대출은 일반투자자에게 직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관계당국은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공시 규정을 강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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