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악바리 소녀들' 세계를 품다

U-17여자월드컵 우승 원동력 분석

한가위 징검다리 연휴의 마지막 날 아침인 26일 오전(한국시간). 여고생 태극전사들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 축구역사상 첫 FIFA 주관대회 우승컵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관련기사 34면 여자축구의 신화는 투혼과 집중력이 결합된 선수들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지도자의 따뜻한 리더십, 국민적인 투자와 관심 속에 키워진 탄탄한 기본기 등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선수들의 위기 대처 능력이다. 한국은 이날 일본과 결승전에서 두 번이나 상대에 리드를 내줬지만 번번이 동점골을 만들며 악착같이 따라붙었다. 한 골을 내주면 곧바로 만회점을 뽑아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최인철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1대 2로 끌려가던 전반 종료 직전 김아름이 터뜨린 동점골이 사실 승부처였다”며 “뒤진 상태로 전반을 마쳤다면 후반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말로 선수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치켜세웠다. 태극소녀들은 이번 대회 내내 위기 앞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7일 펼쳐진 나이지리아와 8강전. 한국은 전반 2분과 3분에 골을 내주며 0대 2로 끌려갔으나 끝까지 따라 붙어 2대2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6대 5 역전승을 이뤄냈다. 스페인과 준결승에서도 선제골을 내줬으나 역전승으로 마무리 했다. 한국이 투혼과 집중력을 내세워 악착같이 따라붙으면 상대 선수들은 공식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주도권을 내줬다. 따뜻한 리더십도 상승작용을 했다. “임기응변에 강한 선수가 아니라 축구를 즐기면서 기본기를 착실히 다지는 선수로 키워내야 한다”는 최덕주 대표팀 감독의 축구철학은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도록 만들었다. 최감독은 우승한 뒤“선수들은 다독일수록 창의적인 플레이를 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집중적인 지원도 밑거름이 됐다. 8월 말 기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축구팀은 초중고실업팀을 모두 합쳐 65개, 선수는 1,45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U-12와 U-13, U-16 등 연령별 대표를 선발해 집중적인 맞춤형 훈련을 시작했고 선수단은 어릴 때부터 기본기와 기량을 착실히 쌓을 수 있었다. 8년이 지난 현재 이들 ‘2002월드컵 키즈’들이 각 대표팀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이 U-20 월드컵에서 FIFA 대회 3위를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충전한 것도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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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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