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기엄마들의 아우성

“모유를 줄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아이에게 가장 잘 맞다고 판단한 남양 산양분유를 먹였습니다. 넉넉한 수입이 없어도 아이 하나는 잘 키워보고자 여러 가지를 포기하면서 먹거리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게 이런 배신감이니….” “아기가 9개월이 될 때까지 남양이라는 이름 하나를 믿고 남양 산양분유로 키웠습니다. 일반 분유보다 두 배가량 비싼 제품이지만 아기에게 모유를 많이 먹이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가격은 제쳐두고 정말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먹였습니다.” 일하느라 모유를 못 먹이거나 모유가 모자라 아기에게 미안함을 덜기 위해 고르고 골라 먹였던 비싼 분유, 남양유업의 알프스 산양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되자 엄마들의 눈물 젖은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농림부의 발표가 난 날 이후 인터넷에 개설된 ‘남양유업 피해사례’라는 사이트에는 11일까지 5일간 슬픔과 분노와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는 수십 명의 부모들이 접속했다. 더욱이 사이트에 접속한 부모들 중 일부는 그동안 남양 분유를 먹였다 아이가 장염이나 패혈증 등에 걸렸던 사례를 속속 보고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뒷받침해준다. “3개월 동안 산양분유를 먹였는데 설사가 심해졌다 괜찮아졌다를 반복하기 무려 3개월. 분유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는데…”라는 한 엄마는 병원 가서 검사해보고 무슨 일 있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분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남양유업은 지난 8일 전날과 같은 71만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폭락장인 11일에도 보합이었다. 유보율 1만2,428%로 재계 5위, 3년 연속 무차입경영 기업의 면모를 널리 과시했다. 남양유업 측은 “분유 판매는 전체 매출의 15%이며 이번에 문제가 된 ‘알프스 산양분유’는 전체 매출의 1% 미만”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물론 기업의 최고 가치는 이익 실현이며 주주들에 대한 이익 환원이다. 그러나 먹을거리를 업으로 삼은 기업, 특히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기업에는 이익 실현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가 있다. “책임을 지지 못하는 자는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아기 엄마들의 목소리가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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