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전략 등 자구책 마련 시급/인원·비용절감 한계사업 정리 등 몸집 최대한 줄여야「중소기업병을 버려라」 일도쿄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1세기 중소기업의 나아갈 방향」보고서에 있는 첫번째 명제다. 나는 중소기업이니까라는 생각, 돈도 없고 기술도 없다는 생각, 그래서 정부의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마음속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나를 믿지 않고 남에게 의지하려는 의식구조로는 현재와 같은 어려움을 버텨내기 힘들다. 어음할인이 되지 않고 돈 꿀 곳이 없고 환율때문에 원자재수입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그때서야 비로소 길은 보인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돈벌리는 곳에 힘을 모으고 돈나가는 분야는 정리하여 털어내는 것이다.
반디펜으로 유명한 세아실업(대표 김동환)은 지난해 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계획을 80억원으로 잡았는데 수출이 잘돼 목표를 훨씬 초과한 93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아는 설립할 때부터 수출에 주력해 왔다.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이 80%, 내수는 20%에 불과하다. 세아는 생산공장이 없다. 생산의 모든 부분은 아웃소싱으로 처리한다. 직원들은 영업과 무역업무만 담당한다. 이 회사의 특징은 어음거래를 하지 않는다. 어음이 없기 때문에 부도날 우려도 없다.
차입경영구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요즘같은 고금리시대에 타인자본 의존도가 높으면 대기업도 마찬가지 이지만 중소기업은 더우기 살아남을 수 없다.
유통기자재 생산업체인 K사는 지난 95년 5년동안 끌어오던 철재진열대사업을 팔았다. 의욕적으로 투자했지만 공급과잉으로 납품가가 낮아 도저히 수지를 맞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모 대기업에 사업을 넘겨주고 20억원의 부채를 털어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남아있던 2억원의 은행부채도 적금을 해약해 모두 갚았다.
대기업과의 관계도 이번 기회에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대기업은 문어발이기 때문에 하나를 잘라도 살아남지만 중소기업은 한곳과만 거래를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죽으면 같이 죽는다.
이윤식 숭실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자력갱생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핵심은 대기업과의 수평적 협력관계형성』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이 있는 우량 중소기업만 살아남은 상황에서 이들이 거래하는 대기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수의 대기업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교수는 또 당장 할 수 있는 구조조정방안으로 인원감축을 주장한다. 『지금은 회사존폐의 문제가 걸린 절박한 상황』으로 조업단축 등의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야 하며 이로 인해 나오는 실업은 정부가 실업보험과 재훈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용절감전략은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이형춘 중소기업진흥공단처장은『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매출을 늘리거나 제품값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세가지 방법이 있는데 요즘 할 수 있는 방안은 이 가운데 비용절감』이라고 말한다.
스프링제조업체인 삼원정공은 사내식당에서 뼈있는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 버릴 게 많아져 그만큼 치우는데 돈이 더 들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돈으로 계산해서 직원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에 커피를 먹고 있으면 커피값과 그 시간만큼 버리는 돈이 얼마다라는 식이다.<한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