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화 '레드카펫' 감독 박범수·주연 윤계상 인터뷰

"이건 내 얘기… 감독·배우 모두 공감했죠"

박범수 감독

윤계상

박범수 감독

● 박범수

에로영화 300여편 찍어… 당시 실화 바탕 진정성 담아


마침내 상업영화 데뷔 꿈 성취

● 윤계상

1년이나 기다린 끝에 개봉… 그동안 100번도 넘게 영화 봐

연기자로 거듭나는 계기 기대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영화 위로 자꾸 진짜 감정이 어른거렸다. 줄거리만 따르자면 '19금 성인 영화판을 둘러싼 섹시 로맨틱 코미디' 혹은 '꿈과 사랑을 향한 청년들의 도전기' 정도의, 전형적인 한국형 코미디로 요약되는 영화 <레드카펫>이 남다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는 분명 배우와 감독의 힘이 있었다. 한 컷, 한 씬 마다 넘치도록 담긴 진정성과 애정이 스크린 너머까지 진하게 전달돼 그들의 감정에 저절로 동화될 수밖에 없는 기분. 대체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찍은 걸까. 스크린 뒤의 진짜 얘기가 듣고 싶어 78년생 동갑내기 배우와 감독을 각각 만나봤다.


영화는 촬영과 작업이 모두 끝난 후에도 1년을 기다린 끝에야 개봉 날이 잡혔다. "기다리며 영화를 100번은 넘게 봤던 것 같다. 정작 첫 시사회 날에는 너무 떨려 앉지도 못하고 감독님과 함께 서서 뒤에서 봤다. 시골 마을 축제나 다름없는 작은 영화제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이 '내가 너를 통해 극장 관객들을 향해 수상소감을 말하는 기분이다. 그런 착각이 든다'고 말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또 울컥하고..." 배우 윤계상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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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것이 영화 <레드카펫>은 박범수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자전적 이야기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지만 극 중 박정우 감독처럼 월급쟁이로 14년간 300여 편의 성인영화를 찍어온 베테랑 연출자다. 박찬욱 감독을 오마주한 성인물을 찍는 에피소드나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다른 감독에 내줘야 했던 일화 모두 경험에서 나왔다. 박 감독은 통상 성인영화 1편은 2~3일 만에 찍지만 좀 더 예산이 큰 영화는 '5일짜리 영화'라 한다며 "나도 '5일짜리 영화' 찍겠다며 시나리오를 들고 갔는데 회사에선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더라. 결국 큰 영화는 뉴욕대를 나왔네, 어디를 나왔네 하며 외부에서 데리고 온 감독에게만 돌아갔다"고 기억했다."에로 감독이지만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너'는 증명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신인감독도 시나리오만 좋으면 그냥 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잘 안됐다"

레드카펫도 당초 5일짜리 영화로 만들 심산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수년의 전전 끝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선택돼 투자자를 찾았고 상업영화로 데뷔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박 감독은 그 기억들이 고통스러웠다고는 하지 않았다. "나름 재밌게, 낄낄대며 일했던 것 같다. 그때의 경험들이 도움도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찍으며 두 사람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에로영화'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릴법한 나쁜 선입견이나 부정적인 모습을 지워가는 것이었다. 윤계상은 "극 중에서 '형은 꿈이 4대 보험이냐'고 비꼬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어떤 이에게는 4대 보험이 꿈일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박정우 감독이 에로 영화를 찍기 싫어하고 '내 꿈은 이게 아닌데'라 여기는 듯한 느낌은 절대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 역시 "누가 봐도 에로 감독 같은 사람이 주인공을 맡는 게 싫어 일부러 더 스마트한 이미지를 찾았는데 그게 계상씨였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이 윤계상을 캐스팅한 또 다른 이유는 배우와 주인공 박정우 감독이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박 감독은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고 말해준 배우들을 위주로 캐스팅했다. 그 배우가 가진 본래의 이야기나 생각이 캐릭터에 묻어나면 좋겠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분들이 '이 영화는 박범수 감독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나는 나뿐 아니라 계상씨나 정세형, 지수랑도 다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계상 역시 동의했다. "현장의 모두가 '이건 내 얘기'라고 공감하며 촬영을 했다"며 웃었다. "가수였다가 배우가 됐는데 그래서 더 남의 시선에 신경을 썼고 더 배우인 척을 하려 했다. '가수였지만 앞으로 연기를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정도면 충분했는데 너무 조급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조금 편해졌다. 아직도 윤계상하면 지오디(GOD) 50, 배우 50 정도로 봐주는 것 같지만, 이것도 내게는 큰 성공이다. 연기는 세월이 있어야 잘 되는 측면이 분명 있는 거니깐 베이스를 다지며 기다리자고 생각한다"

끝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묻자 두 사람 모두 '승합차를 타고 가며 다 함께 창문 밖으로 손을 내미는 씬'이라고 답했다. 윤계상은 "사랑하는 사람들,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똑같은 한 곳을 바라볼 때의 힘, 그 행복감이 적절하게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술집에서 취객들과 싸우는 장면도 손꼽았다. "이것도 겪은 일인데 실제의 나는 싸우지 못 했다. 영화지만 통쾌했다고 해야 하나(웃음). 또 이 장면이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이때는 다들 캐릭터에 진심으로 녹아있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촬영이 들어가자 다들 컷 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흥분해서 치고받는데 그때 기분이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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