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IMF 위기극복 이제 시작이다

경제연구원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우리 경제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응급실 신세를 면한 혈색 좋은 중환자」와 같다는 것이 요즈음 나의 대답이다.우리 경제가 IMF 위기를 벗어 났는지의 여부는 IMF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위기극복 후의 상태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IMF 위기를 단순히 외환 부족에 따른 지급불능 위기라고 정의한다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작년 말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740억달러 수준으로서 이는 우리가 갚아야 할 단기외채의 두배 규모이고 잔존만기가 1년 이내인 장기외채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IMF 위기 극복 이후의 상태를 선진국 수준의 건강한 경제, 경쟁력 있는 경제로 정의한다면 IMF위기의 진정한 극복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우리 사회·경제 내부의 부실과 경제주체들의 건강하지 못한 의식 상태는 크게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누가 보아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의 경제가 10% 넘는 성장률을 보인 것은 98년 경제가 워낙 부진한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측면이 강한데다 해외 경기의 상승으로 인한 수출 호조와 재정·금융면에서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으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난 데 크게 기인한다. 이는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기술과 품질에 근거한 우리 기업들의 제품경쟁력이 좋아진 때문이라기 보다는 외부 여건이 호전된데 크게 힘입었음을 의미한다. 각 경제 전문기관에서 내놓은 금년 경제전망도 좋은 편이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기관들이 7%정도의 성장, 3%정도의 소비자 물가상승, 100억불 안팎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아직도 대우그룹 문제 해결로 진통을 겪고 있고 투신권 유동성 위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금년도 실물 경제의 밝은 전망은 세계경기의 상승세 지속, 세계금융 및 외환 시장이 큰 교란요인 없이 안정적이리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IMF 위기를 진정으로 극복하여 선진국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도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단기적으로는 총선을 전후하여 경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사관계의 안정도 같은 맥락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아울러 금융시장의 안정과 인플레 방지가 중요하다. 우선순위를 금융시장 안정에 두고 재정, 금융, 외환정책 면에서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원화의 지나친 절상, 예컨대 10% 절상은 우리 기업들의 수익을 크게 악화시켜 대부분 업종의 경상이익률을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할 것이다. 따라서 경상수지, 기업수익, 인플레를 함께 감안한 적정환율의 유지가 핵심과제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도,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는 결국 시장경쟁원리의 정착으로 귀착된다. 이런 면에서 금융, 기업, 노동 부문에서 IMF사태 이후 추진해온 구조개혁은 미완성이다. 공공부문의 개혁도 크게 미흡하다. 지금 수준에서 구조개혁의 노력을 중단한다면 본래의 부실했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둘째, 국가나 기업이나 새로운 환경 흐름을 잘 파악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적응 능력을 기르고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갈 성장엔진을 찾아내는 작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1세기는 세계화, 디지털화, 지식화, 바이오화라는 큰 흐름으로 특징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이 몰고 올 혁명적 변화를 잘 인식하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조직·문화·인재의 각 부문에서 과감한 혁신이 있어야 한다. 국가나 기업경영을 불문하고 창의성, 스피드, 신축성, 유연성을 갖춰야 하며 특히 권위주의의 불식은 적응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경제가 잘되기 위해서는 비경제적인 기반도 함께 정비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사회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빈부격차의 경감책 강구와 복지제도의 정비, 법치의 확립, 붕당주의의 지양, 연고주의의 타파와 집단이기주의의 자제, 학교교육의 정상화, 지역 갈등의 해소, 기득권 및 지배계층의 의무와 책임감 제고 등 하나같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어렵고도 중대한 과제들이다. 우리 앞에는 경제, 비경제 부문에 적체된 내부 모순을 극복하고 외부로부터의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응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가로 놓여 있다. IMF 위기를 극복했다는 인식에 거품이 일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를 냉철히 점검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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