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단기성 투기자금인 헤지펀드(Hedge Fund)가 한국을 노리고 있다는 외신보도다. 헤지펀드는 이달초 태국을 비롯,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순으로 동남아 외환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헤지펀드가 다음 타깃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홍콩을 정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경제는 금융대란설 등 불안한 요소로 태풍전야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우리의 원화가 헤지펀드의 집중 투기대상이 된다면 그 결과는 실로 예측 불가능한 공황상태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30일자 3면보도>헤지펀드는 일종의 국제적인 사금융이다. 펀드는 미 증권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투자자의 상한선이 99명으로 되어있다. 미국내 헤지펀드는 2백여개로 전체운영자금은 5백억달러 규모다. 실제로는 1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가장 큰 펀드는 「월스트리트의 황제」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퀀텀그룹이며 다음이 줄리언 로버트슨의 타이거 펀드다. 이들 두 펀드의 규모는 전체 펀드의 절반이나 된다. 따라서 외환위기가 벌어지는 곳에는 언제나 소로스와 로버트슨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이번 동남아 외환시장에는 소로스의 큰 손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소로스의 퀀텀 그룹은 태국에 무려 40억달러를 배팅했다는 분석이다. 태국의 바트화는 이달들어서 한달동안 환율이 22%나 폭락했다.
이 헤지펀드가 지금 한국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증권감독원은 헤지펀드로 분류되는 자금이 주식투자형태로 국내에 이미 4천억원이나 들어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 외환딜러들사이에서는 한국 원화가 좋은 투기의 대상이라고 한다. 미 증권회사인 JP모건은 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3.5%로 태국의 3.7%에 가깝다고 전망하고 있다.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화 평가절하가 지속될 것이며 평가절하 이전에 원화를 매각한다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며칠전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무역수지를 발표했다. 한은은 이를 근거로 금년도 연간 경상수지를 추계, 1백65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무역적자 규모는 80억달러선으로 추정했다. 6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백33억달러로 IMF 권장선인 3백60억∼3백7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말 현재 대만의 9백36억달러, 홍콩의 6백36억달러, 싱가포르의 7백69억달러에 비한다면 절반이하의 수준이다.
헤지펀드는 외환이 불안한 나라만을 공격한다. 그래서 환투기꾼들이 휩쓸고 지나간 국가는 금융위기와 동시에 정치위기까지 닥친다. 92년 영국 파운드화의 위기, 94년 멕시코의 페소화 폭락에서 경험한바다. 태국은 이번에 재무장관이 경질됐으며 중앙은행총재도 사임했다.
우리나라는 외환시장이 폐쇄적이다. 시장의 운영은 실수요자 중심이다. 외국인들의 주식투자도 거의 지분형태의 참여다. 관계당국은 헤지펀드가 우리나라에서는 인센티브가 별로 없을 것으로 느긋해하고 있다. 그러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잃기전에 고치는 것이 상식이다. 동남아는 먼 나라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