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은 막아야 한다.`
채권단과 LG그룹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상대방의 선택`만 남았다며 벼랑 끝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양측은 사흘간 줄다리기 협상을 계속하고 있고 휴일인 23일에도 심야까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각 영업장들이 정상적인 업무에 들어가는 24일 오전까지 사태를 연장할 경우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사실 양측은 지난 사흘간의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고 있다. 당초 올해 안으로 1조원의 증자와 특수관계인 90여명의 지분담보 등을 요구했던 채권단은 증자문제와 담보문제는 양보했다. 그러나 그룹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연대보증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문제도 상당 부분 의견접근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양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절충을 이어가고 있으며 늦어도 채권단이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24일 아침까지는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막판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양측이 대립을 계속할 경우 당장의 불똥은 LG카드 이용자와 카드사들에 튈 전망이다. 우선 1,400만명에 이르는 LG카드 회원 중 다른 카드를 동시에 활용하면서 `돌려막기`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70만~80만명이 자금난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결제일이 집중된 급여지급일과 겹쳐 이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이들 복수 사용자가 LG카드에서 구하지 못한 현금을 다른 카드사에서 서비스받을 경우 나머지 카드사들의 자금수요가 일시에 증가해 카드업계 전체의 자금난과 금융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채권단ㆍLG, 구 회장 연대보증 놓고 이견=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구 회장의 개인 연대보증 없인 자금지원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LG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구 회장의 연대보증만 있으면 (특수관계인의 지분의 담보제공과 증자대금 7,000억원의 연내예치 없이도) 자금지원이 가능한 것처럼 알려져 있으나 일부 채권은행들은 연대보증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강경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사태가 더욱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주주의 출자 범위 내 책임`이라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원칙을 깨면서까지 구 회장이 ㈜LG의 지분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구 회장 명의의 연대보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LG측은 “최근 카드산업의 위기는 국내소비 위축과 이에 따른 연체율 증가, 신용불량자 확대 등 경제구조적 난제가 집약적으로 반영돼 나타난 현상”이라며 LG의 경영부실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타협 없인 모두 파국” 막판 대타협 들어가=양측은 그러나 이처럼 상대방에게 `사태해결의 공`을 넘기면서도 파국은 바라지 않고 있어 막판 대타협을 통한 타결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은 특히 이전과는 달리 금융당국 고위관계자까지 참석한 가운데 이날 밤 막판 담판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양측은 이 과정에서 일단 이미 제시된 담보 범위 내에서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우선 지원하거나 구 회장이 채권회수에 문제가 생길 경우 50% 범위 내에서 연대보증을 서는 방안 등을 놓고 절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LG카드문제가 금융시장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최종 순간까지도 협상을 계속할 방침이며 채권은행간 의견조율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도 “채권단과 LG그룹이 공동운명체란 인식을 갖고 사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으며 곧 긍정적인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