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中企 금융 지원책 '풍요속 빈곤'

대책 쏟아지지만 너무 세분화·복잡해 대출환경 되레 악화


“워크아웃은 잘 모르는데요.” 인천 남동공단 소재 중소기업체인 C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의 ‘중소기업유동성지원반’에 전화를 걸었다가 이런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키코(KIKO) 손실 지원방안을 포함해 워크아웃 방안까지 물었지만 “워크아웃은 다른 부서에 물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종합적인 상담을 원했지만 ‘턱없는 기대’에 불과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3일 금융계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 자금지원 프로그램이 마구 쏟아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내용도 복잡해 오히려 효율적인 지원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은행이 중기대출을 거부하는 핑계로 악용되기도 한다. 중소기업이 특정 대출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다른 부서에서 운용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보라고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지원책이 마구 쏟아지다 보니 은행원들조차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굵직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만 해도 ▦일반대출 ▦키코 손실 기업을 위한 패스트 트랙(fast-track) ▦유동성 지원을 위한 패스트 트랙 ▦국책금융기관 공조지원 프로그램 ▦워크아웃 프로그램 ▦채권은행 협약을 통한 지원 ▦정부부처 정책자금 등으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은행 돈을 제대로 얻어 쓰려면 ‘프로그램 안내책자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대출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중기청은 이날 “중소기업 대출실태를 점검한 결과 자금수요는 과거에 비해 늘어난 반면 대출여건은 오히려 악화됐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애로상담반 등 은행에 설치된 중소기업 관련 지원반 가운데 기능과 역할이 겹치는 것도 많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자는 “지원반을 만들 때마다 인력을 배정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만 늘어난다”며 “지원 프로그램이나 관련 조직을 계속 만든다고 중기 자금난이 해소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키코 피해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일일이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다 보니 지원책은 많은데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중소기업 관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하는 한편 중소기업이 종합적인 상담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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