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토지임대부 분양' 신중하게…

한나라당이 홍준표 의원의 토지임대부분양방식(소위 ‘반값 아파트’ 공급)을 당론으로 채택한 후 논란이 뜨겁다. 홍 의원 측에서는 이 방식이 부동산 불로소득과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는 동시에 분양가를 대폭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막대한 토지 비용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하거나 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징수할 경우 주택 구입의 실제 비용은 낮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값 아파트’가 ‘사기’라고 주장한다. 원리만 보면 토지임대부분양방식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불로소득 때문에 생기고 부동산 불로소득은 대개 토지 불로소득인데 토지를 민간에 넘기지 않고 공공이 가진 채로 임대료를 걷는다면 토지 불로소득이 생기려야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방식은 주택 분양뿐 아니라 도시 개발이나 산업단지 개발 등 다른 토지 이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토지공공임대제라 불리는 이 방식은 우리에게는 생소할지 몰라도 핀란드ㆍ네덜란드ㆍ스웨덴ㆍ호주ㆍ이스라엘ㆍ싱가포르ㆍ홍콩 등지의 국민들에게는 익숙한 방식이다. 영국의 전원도시, 호주의 수도 캔버라와 미국 뉴욕의 배터리파크시티는 이 방식을 활용해 도시 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토지공공임대제는 개발이익 환수, 도시계획 기능 제고, 부동산 투기 억제,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실성의 측면에서 보면 홍 의원의 토지임대부분양방식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토지 비용의 조달이 최대의 난제다. 싱가포르처럼 국공유지의 비율이 높다면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처럼 쓸 만한 국공유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곳에서는 토지의 확보와 조성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물론 개발 이후 토지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받을 수만 있다면 임대료 수입이 토지 비용의 이자를 금방 초과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임대가치가 상승해 양자간의 격차가 커질 것이므로 장기채권을 발행해 토지 비용을 조달하면 된다. 그러나 홍 의원 방식에서는 토지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받지 않는다. ‘반(즉 건물)’만 팔아서 ‘반값’을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주택 구입의 실제 비용을 낮추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평당 토지임대료를 인위적으로 낮추려고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용적률 400% 이상 허용 등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무리한 개발을 추진해도 되는지,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 토지 비용의 충당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토지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토지임대부주택의 대량 공급은 불가능한데 그렇다고 해서 찔끔찔끔 공급하는 것은 정치적 선전 효과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한국인들의 주택문화 특성을 감안할 때 토지임대부분양방식을 주택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적용 대상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오피스빌딩이나 상가건물 등 수익성 부동산의 비중이 큰 도시를 개발할 때 토지공공임대제의 원리를 적용한다면 토지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받기가 용이할 것이고 따라서 토지 비용 문제는 손쉽게 해결될 것이다.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량으로 값싼 주택을 공급하는 데는 토지임대부분양방식보다 환매조건부분양방식이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 환매조건부분양이란 토지와 건물을 함께 분양하되 분양가를 대폭 낮추고 나중에 주택을 매각할 때는 정해진 가격으로 국가나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하는 방식인데 토지와 건물을 원가로 분양하므로 토지 비용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토지임대부방식을 주택에 적용하고 싶다면 서민용 주택이 아니라 토지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받기가 용이한 고급 주택에 적용하는 것이 옳다. 한나라당의 토지임대부분양, 원리는 옳으나 적용 대상과 적용 방식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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