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복지개선 등 인력쟁탈전 점입가경/대량감원 이젠 옛말「고객 만족의 시대는 가고 종업원 감동의 시대가 도래했다」
경기호황으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 미국 산업계의 새로운 풍속도다. 미국 기업들이 전문인력은 물론 종업원들을 한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 치열한 인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기술산업은 가장 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인재 육성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스트럭처링」이나 「다운사이징」처럼 한때 유행하던 경영혁신기법은 이미 먼 옛날 얘기로 묻혀져 버렸다. 작년봄만 해도 통신업체인 AT&T의 대량 해고사태를 놓고 클린턴 행정부까지 개입해 다운사이징의 득실논쟁을 벌였던 사실을 감안하면 불과 1년새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일찍부터 이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고용전략을 변경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 대표적인 예가 리스트럭처링경영의 대명사로 알려진 IBM. IBM은 지난 93년에 대규모 합리화조치를 실시한 이후 95년부터 고용자수가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새로 고용된 인력이 2만6천명에 달할 정도였다. 종신고용제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과거 경영진들로선 상상할 수 없었던 사건이다.
한때 거센 비난을 무릅쓰고 인력 삭감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던 AT&T도 마찬가지. 최근들어 신규사업에서 인력이 예상밖으로 늘어나면서 결국 지난해말에는 종업원수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밖에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스톡옵션제(주식선택 매입권)를 비롯한 보수체계를 정비하거나 의료 등 복지후생을 강화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임금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쾌적한 직장환경을 유인책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적지않다. 과거 리스트럭처링에 편승, 종업원들을 냉대했던 기업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 고객 만족을 기치로 내걸었던 미국 기업들이 이제는 종업원 만족도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감원바람에 마음 편할 날 없는 한국의 샐러리맨으로선 이래저래 꿈같은 애기다.<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