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재정적자 목표달성 시한을 연장 받으면서도 이에 따른 준수사항인 개혁안은 거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공개 기자회견에서 설전을 주고받는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두 강대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올랑드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는 경제개혁을 통해 재정적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며 "개혁의 길은 피할 수 없다"고 EU집행위원회(EC)가 제시한 개혁권고안 수용을 압박했다.
직격탄을 맞은 올랑드 대통령은 "성장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독일과 프랑스의 방법론 중 무엇이 옳은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프랑스의 방식에 모순이 있는지 굳이 찾으려 하지 말아달라"며 메르켈 총리를 비꼬았다. 이는 전일 올랑드 대통령이 EU의 재정적자 기준을 준수하겠다고 밝히면서도 EC가 요구한 연금개혁ㆍ공공 부문 지출 축소 등 경제개혁안에 대해서는 거절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EC는 전날 회의를 열어 프랑스에 대해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제한하는 EU 기준을 2015년까지로 2년 더 연장하는 대신 연금개혁과 공공 부문 지출 축소 등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 가운데 연금 부문의 개혁 여부를 놓고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올랑드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정년 축소와 맞물려 있기 때문. 그는 지난해 취임한 후 니콜라 사르코지 전임 대통령이 62세로 늘린 정년을 60세로 환원했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020년까지 200억유로의 재정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의 수용 거부로 모처럼 피어올랐던 양국 간 화해 모드도 다시 냉각되고 있다. 독일은 프랑스의 현 재정 상황을 감안, EC가 프랑스의 재정적자 목표달성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가장 먼저 지지를 표명했던 나라다.
앞서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U) 소속 의원들은 프랑스의 행동을 "EU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비난했고 노르베르트 바르틀레 재정 담당 대변인은 "다음에도 이런 면죄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꼬았다.
반면 올랑드 대통령은 "(2015년까지로 연장된) 재정적자 감축 기준을 준수할 것이지만 EU가 프랑스에 경제개혁의 방법에 대해 명령할 권한은 없다"면서 "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개별 국가의 소관 사항"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