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수도권마저 계약·입주율 반토막… "규제방식 재검토 필요"

[건설업계 5월위기설 고조] ■ 고사위기 빠진 분양시장<br>기존주택 처분 어려워지자 신규분양시장도 얼어붙어<br>미분양→계약포기→자금난 악순환 연쇄고리 끊어야

인천 영종하늘도시등 수도권 신도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3일 인천시청 앞 한 대형 건설사 영종하늘도시 모델하우스에는 무이자 대출 등 각종 프리미엄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방문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s020792@sed.co.kr

중소ㆍ중견 건설사들의 경영상황이 위기 수위로 몰리고 있는 것은 저조한 계약률과 입주율 탓이다. 계약금이 들어오고 중도급이 유입돼야 자금에 숨통이 트이는데 이것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정부가 취하는 규제는 신규주택 시장과 재고주택 시장에 대한 이원적인 접근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며 "하지만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워져 신규분양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규제 접근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ㆍ지방 분양단지, 계약률 절반 수준에 그쳐=올 들어 분양한 서울과 지방의 주요 분양단지의 아파트 계약률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기 서부에서 분양한 A 단지의 경우 아파트 계약률이 40%에 불과한 실정이며 경기 남부에서 분양한 또 다른 B단지 역시 60% 수준이다. 같은 경기 남부권의 C 단지 역시 계약률이 50%에 그치고 있다. D 단지는 40%, 인천의 E 단지는 30%다. 특히 청약 불패 신화 지역인 송도 지역의 한 아파트조차 계약률은 80%선이다. 지방에서 분양한 F 단지는 계약률이 43%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지방에서 분양한 F 단지를 제외하고 모두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한 곳들이다. 아파트에 당첨된 후 계약을 포기하면서 줄줄이 미분양으로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저조한 계약율은 건설사 자금난으로 직결된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순위 내에서 모두 청약자를 모집했지만 실제 계약률이 낮다고 해서 이를 외부에 알리면 미분양아파트 판매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며 "이 같은 사실을 감추면서 공사를 진행하지만 공사를 진척하는 데 필요한 돈을 금융권 대출로 충당, 갈수록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떨어지는 신규 입주율=아파트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계약율이 절반에 그치는 데 이어 이미 입주가 시작된 단지의 입주율도 저조해 중소ㆍ중견 건설사들은 갈수록 벼량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장 단적인 예는 파주신도시다. 지난해 9월부터 H 아파트가 파주신도시 운정지구에서 첫 입주를 시작했지만 6개월이 가깝도록 입주율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인근 고양 탄현동 I 아파트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입주를 했지만 아직 10채 가운데 3채 정도는 빈집으로 남아 있다. 의왕의 포일 자이 역시 입주 개시 5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간신히 70%의 입주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 주택의 처분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이 분양 받은 아파트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저조한 입주율로 연결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파주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 만기일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잔금에 대한 연체이율이 15%에 달하지만 워낙 입주율이 낮다 보니 업체로서도 함부로 입주예정자들에게 이자를 부담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워지면서 입주예정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 정책 나와야=전문가들은 '미분양→계약포기→저조한 입주율→건설사 자금난'의 연쇄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금융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지난 2009년 10월 기준 준공 이후 미분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미분양의 40%에 달해 건설사의 자금난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준공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전체 미분양아파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또 분양에 성공한 단지라도 기존 아파트 처분이 어려워 신규아파트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못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더욱이 건설사들이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초기 계약금 비율을 낮추는 대신 잔금 비율을 높인 것도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송현담 대한주택건설협회 본부장은 "금융규제 강화로 기존 주택의 거래 위축과 계약률 저조, 입주율 저조 등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금융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하거나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이라도 금융규제를 걷어내는 방안, 국민주택 규모 이하 아파트에 대한 차별적 적용 등을 통해 기존 주택 시장을 살려야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건설사)를 모두 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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