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조사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사법 처벌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며, 매각 정책을 결정했던 관료들의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정책 당국에 겨누어질 책임의 화살은….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감사원과 검찰의 감사(수사)가 급 물살을 타면서 최종 발표의 모형이 어떻게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서 새롭게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은 주로 ‘BIS 비율 조작’에 집중되고 있다. 비율을 임의적으로 조작,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쉽게 팔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당시 관료 들이 여러 가지 경제적 정황을 들어 외환은행을 팔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먼저 내리고 살려는 측이 론스타 밖에 없어서 BIS 비율을 조작해서라도 외환은행을 처리하려 했다는 결론으로 끝난다면 관료들은 ‘정책적 판단의 오류’ 또는 ‘비윤리적인 졍책 판단’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에 멈출 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정황만으로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원인 무효라는 결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의 한 관계자는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의 론스타 주식취득 자격 승인 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을 땐 검찰 수사에서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아도 외환은행 주식취득이 원천무효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론스타의 자격을 박탈하려면 복잡한 송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론스타 자신이 바로 이 같은 결정 과정에 개입을 했으며, 그 속에는 금전적 보상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원인 무효가 되는 것은 물론 관련 관료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회의론이 더 많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 재정경제부간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책임론을 놓고 대립이 첨예해질 경우 신용카드 사태처럼 부처간 정책의 역할과 권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료들에 대핸 책임추궁 어디까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구속된 인물은 박순풍 엘리어트홀딩스 사장과 전용준 상무 등. 하지만 이들은 매각 과정에서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으로, 개인 비리의 성격이 짙다. 관심은 매각을 주도했던 관료들에게 로비자금이 전달됐다는 사실을 파헤치느냐에 모아지는데 아직까지는 이와 관련해 어떤 새로운 정보도 제공되지 않은 상태이다.
감사원 조사 등의 추이를 볼 때 외환은행 헐값 매각건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결론으로 끝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책 행위의 책임을 어디로 하고, 그 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물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 전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 그리고 금감원 간부 및 외환은행 매각 라인 등은 비중의 차이가 있을 뿐 부실 매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형편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놓고 일부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환란의 책임을 놓고 벌였던 초유의 재판에 비유하기도 한다. 검찰은 당시 강경식 전 경제 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직무유기와 직권 남용으로 구속했다. 하지만 1년 3개월여의 치열한 법리 공방 끝에 이들은 모두 무죄로 풀려났다. 정책적 결정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처간 권한 문제 다시 불거지나= 신용카드에 대한 감사에서 감사원은 금융감독체계와 관련한 중장기 개선방안으로 ‘금융감독기구의 정부 기구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당시 불공정거래조사 등 준사법적 조사 업무는 행정기관에서 직접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금감위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위와 금감원간의 뿌리깊은 불신의 골도 전혀 해소되지 못했다. 문제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도 책임 문제를 놓고 금감위와 금감원간의 대립이 재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립의 전선이 재경부에까지 걸쳐져 있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감사원 결과에 따라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수술을 요구할 수 있다”며 “차제에 여전히 애매모호한 금감위와 금감원, 재경부간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