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레드오션'에 빠진 손보업계

박태준 기자<금융부>

“이제는 경쟁 자제를 위한 업계 회의도 제대로 열리지 않아요. 정말 막가자는 분위깁니다.” 손해보험사의 한 임원은 최근 손보 업계의 과열경쟁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단기간에 실적을 높여보겠다는 최고경영자들의 마인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성토했다. 손보 업계의 경쟁, 특히 자동차보험시장을 둘러싼 회사간의 과당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편법으로 할인해주거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부당 모집 행위는 손보 업계의 ‘뿌리 깊은’ 관행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1년 자동차보험료가 자유화된 후 이 같은 양상은 더욱 심각해져 그해 말 손보사 사장단은 ‘자정결의 선포식’을 열었으며 2002년 5월에는 대형 대리점에 과다한 수수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는 등 자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에도 손보사들의 편법적인 영업 행위는 심심찮게 등장했다. 전화를 이용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면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사가 생겨나고 대형 손보사들의 순위경쟁이 시작되면서 무리한 가격경쟁이 또 다시 촉발된 것. 최근 만난 손보사의 한 사장은 “거의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의 20%가 넘는 수수료를 대형 대리점에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보사들은 대형 대리점에 대한 적정 수수료율을 16~17%로 책정하고 있다. 이 같은 손보사들의 과당경쟁은 무리한 사업비 지출로 이어져 결국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자동차보험료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돼 소비자의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분명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시장은 ‘빼앗지 않으면 빼앗기는’ 냉정한 원칙이 적용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제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은 ‘상처’만을 남기게 된다. 손보 업계의 자동차보험 누적적자는 지난해 3월 말 현재 4조7,000억원에 달한다. 말 그대로 손해 보는 보험 업계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한 룰과 정도(正道)를 지키려는 손보사 최고경영자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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