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베이비 부머들 은퇴 늦춘다

집값·주가 하락으로 노후자산 줄어들어<br>빠듯한 생활에 재취업 사례도 증가추세



은퇴 후 행복한 노후를 즐기려던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이 최근 월가의 금융위기로 엄청난 손해를 입으면서 회사를 떠나려던 계획을 미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재산이 줄어 봉급쟁이 생활을 더 하겠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직후인 1945~60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 부머들은 지금 은퇴를 앞둔 나이지만, 휘발유 등 생필품의 가격 상승으로 쪼들리고 주택 가격 하락과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과 펀드 가치급락으로 은퇴 밑천의 상당부분을 잃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55세가 넘는 미국인의 취업비율은 최근 지난 1970년 이후 최고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WSJ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모기지 브로커로 일하는 존 도로시씨는 주식시장 침체와 집 값 하락으로 지난 18개월간 은퇴 밑천이 20%나 줄어 70살까지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 금융 자문역인 헬가 커트버트는 "지난 주에는 신경이 예민해진 고객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일과의 대부분을 보냈다"면서 "은퇴 설계가 점점 현실성이 없어지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은퇴 시기를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평균 은퇴연령은 63살이다. 은퇴를 2~3년 정도 늦출 경우 401K 퇴직연금(적립식 펀드)이 늘어나고 더 나은 사회보장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축에 의존해야만 하는 은퇴생활 기간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샌디애고의 한 로펌에서 수석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낸시 데이비스씨도 자녀가 대학을 마치는 2년 후에 회사를 떠날 계획이었지만 401K가 금융위기로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고 낙담했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비해 물가상승으로 지출이 늘면서 생활이 빠듯해지면서 다시 일자리를 찾는 은퇴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이들은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은퇴자인 캐롤 에머슨씨는 한 해 수입이 5만 달러 정도인데 대부분 주식 배당금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최근 보유 주식의 주가가 곤두박질하자 배당금이 줄지 않을까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온라인 구직사이트인 리타이어먼트잡스닷컴의 최고경영자(CEO)인 팀 브라이버는 "지난주 온라인 이력서를 작성하려는 사이트 방문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고용시장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은퇴자연구센터(AARR)에 따르면 지난 2001년에서 2006년 사이 63세 이상 노인들이 주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빌린 돈만 3,000억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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