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의 여파로 세계줄기세포허브의 앞날이 오리무중의 상태로 빠졌다.
허브를 운영하는 서울대병원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병원측은 허브설립에 지금까지 65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병원측은 난자출처 의혹 논란 때까지만 해도 황 교수의 소장직 사퇴에도 불구,허브는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병원측은 당시 난자파문으로 물러난 황 교수가 속히 본연의 업무에 하루 빨리복귀하기를 희망한다고 하면서, 황 교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이어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고, 게다가 "줄기세포 자체가 없을 수 있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폭탄발언이 터져나오면서병원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허브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할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줄기세포가 없을 지도모르는 상태에서 '원천 기술'이 있다는 황 교수의 말만 믿고 허브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과학.의학전문지 '과학과 미래'는 최근 인터넷판에서 황 교수의 주도로 설립된 세계줄기세포허브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허브는 지난 10월 19일 황 교수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박사, 영국 로슬린연구소 이언 윌머트, 미국 소아당뇨연구재단 로버트 골드스타인 등이 내로라하는 세계 줄기세포연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게 출범했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참석해 "앞으로 확실히 밀겠다"며 정부의 지원 확대를 약속하는 등 벅찬 감동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당시와 다르다. 두 달사이에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격변이 몰아쳤다.
특히 병원측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난치병 환자들. 허브가 너무 일찍 환자 등록을 받는 바람에 무려 2만여명의 난치병 환자들이 희망을 품고 허브로 몰려들었다.
병원 내부에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치료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의학적으로검증되지 않은 점들이 너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너무 성급했던 게 아니었나"하는반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난치병 환자와 국민들을 더 큰 실망과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하기위해 세계줄기세포허브사업이 원점부터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병원측은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난치병 환자들에게 사과하고 넘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병원측은 일단 사태 추이를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황 교수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난 뒤 허브의 구체적 운영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석으로 남아있던 허브 소장 직무대행에는 임정기 서울중앙줄기세포은행장을 임명했다. 임 교수는 서울대병원 진단방사선과 교수로 진료부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허브 운영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검토하고있다"며 "무엇보다 핵치환복제기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기 때문에 국내 줄기세포연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먼저 한 뒤에 허브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