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연계를 되돌아보면 외형적인 규모가 커졌다. 한해 동안 무대에 오른 공연 편수는 전년에 비해 11.7% 증가한 6,187편. 새 극장들도 곳곳에 문을 열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3월 충무아트홀이 문을 여는 등 3개 극장이 더 생겨났다. 새로 문을 연 극장들은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공연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공연장들의 이 같은 추세 속에 국내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이하 회관). 이름값에 걸맞은 역할을 해낸 한해였는지에 대해서는 짚어볼 여지가 많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올해 회관이 내놓은 공연도 별 두드러짐이 없다는 사실이다. 회관은 올해 124회 정도의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그중 순수 기획공연은 ‘하춘화 자선공연’ ‘모차르트 협곡 전곡연주회’ 두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의 질적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21편의 기획공연을 계획한 예술의 전당과는 우선 양적인 면에서부터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올해 무대에 오를 공연 중 회관의 이름을 걸 수 있는 것으로 산하 예술단체가 준비한 53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대를 채울 산하단체는 더 이상 질 높은 공연을 펼칠 기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회관은 지난해 7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술단체의 상근 단원 폐지와 프로덕션 시스템 도입 등 산하단체 운영 개선안을 내놓았다. 노조 측의 강력한 반대로 아직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광장에는 130일이 넘게 노조 측의 천막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초 코오롱그룹 부회장이었던 김주성씨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주도해갈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회관 측은 ‘신임 사장께서 아직 업무파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은정 노조지부장은 “신임 사장이 선임되고 해가 바뀌었지만 사측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2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공연본부장을 선임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세상의 중심에는 문화가 있다. 격변하는 시대, 공연장은 더욱 새롭고 실험적인 무대로 시민들의 문화적 목마름을 해갈시켜줘야 한다. 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이 진정한 문화의 오아시스로 변하는 그날을 시민들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