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전을 마치고 나오며 "오늘 경기에서 뭔가를 진짜 보여주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이날 골을 넣지 못하고 후반 39분 교체돼 들어갔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이 팬 투표로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로 뽑혔다. 그만큼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조직력 좋은 러시아 수비를 흔들었다는 얘기다.
중원에서부터 단독 드리블, 골지역에서 슈팅 공간을 만드는 등 손흥민은 전반에만 2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기는 했는데 슈팅이 번번이 골대를 멀찍이 벗어나고 말았다. "뭔가 진짜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공이 발에 얹히는 순간 힘이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내가 좋아하는 코스로 동료가 좋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어처구니없는 슈팅을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두번째 슈팅은 발에 힘이 많이 들어간 탓도 있는데 그 때문에 비긴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마무리가 골문으로 향하지는 못했어도 현재 대표팀에서 이 정도의 슈팅 기회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선수는 손흥민 외에 많지 않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2년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다고는 해도 이번 도전은 생애 첫 월드컵이다. 71억의 시선이 쏠리는 최고의 무대에서 슈팅 3차례에 유효슈팅 1개를 날렸으니 데뷔전 치고는 강렬했다. 알제리전에서도 어처구니없게 빗나가는 상황을 두려워 말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슈팅을 날려야 한다. 마침 네이마르(브라질), 조엘 캠벨(코스타리카) 등 동갑내기들이 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하고 있어 손흥민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손흥민은 "감독님이 나를 선발출전 명단에 넣었을 때 벅찬 감동이 있었다"며 "그런 긴장, 설렘을 억누르고 경기장 안에서 내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무척 애썼다"고 돌아봤다. 이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팀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는데 응원한 팬들에게 오늘 조금은 보답한 것 같다"며 "남은 경기에서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손흥민을 포함한 대표팀은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돌아가 19일 회복훈련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