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은 이날 시민단체 등의 선거개입을 금지한 현행 선거법 87조 폐지를 비롯, 국고보조금 50% 증액 백지화, 원주, 경주, 군산, 순천 등 도·농복합선거구 예외인정지역의 삭제 등의 추진를 지시했다.따라서 단체의 선거운동 금지를 규정한 선거법 87조의 경우 시민단체의 선거개입 움직임과 관련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손대지 않고 넘어간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허용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특히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양당간의 편법적인 도·농복합선거구 4개 증구에 대한 재논의가 불가피하다. 또 당초 국가보조금에 대한 50% 증액합의로 후보1인의 보조금이 지난 15대총선때(2,085만원)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국고보조금 50% 증액 백지화로 삭감 또는 폐지될 처지에 놓였다. 선거 국가보조금을 현행 유권자 1인당 800원에서 1,200원으로 50%나 상향 조정, 정당별 선거 국고보조금은 현행 252억원에서 397억원으로 145억원이나 늘어나게 되며, 원내 의석순으로 한나라당 165억원, 국민회의 131억원, 자민련 101억원씩 나눠갖기로 한 것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金대통령은 또 선거사범 공소시효를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키로 합의했던 것도 백지화, 현행대로 6개월로 유지토록 했고 100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에 대해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표로 받도록 하는 조항 신설과 국회 비례대표 여성후보 30% 할당 의무화 방안도 명문화하도록 지시했다 .
이에따라 정개특위 심의과정에서 3개월로 줄였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겨우 1개월 늘려 통과한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현행 6개월을 유지할 판이다. 또 의견차이로 결론을 내리지못했던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 몫 30% 할당제 도입은 다시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100만원 이상 수표 수수로 정치자금 실명화가 구체화된다.
반면 한나라당이 이날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로 총재단·주요당직자 연석회의를 열어 재협상에서 1인2투표제, 후보자 이중등록과 석패율 제도 도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방침이다. 여야가 취약지역에서 당선자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한 장치로 새로 도입한 후보 이중등록제와 석패율제는 원점협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1인2투표제 도입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특히 새천년 민주당측이 이날 실행위원회를 열어 『지역구 의원 정수를 축소하고 비례대표를 늘리기로 했던 정치개혁의 취지가 완전히 실종됐다』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래서 의원정수를 현행대로 299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은 253명에서 258명으로 5명 늘리고, 대신 비례대표를 46명에서 41명으로 줄이기로 한 여야합의도 재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여야간 재협상을 거쳐 임시국회를 재소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문제된 조항이 당초 정치개혁의 취지에 맞게 손질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제기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할 움직임이어서 여야가 재협상을 통해 이같은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선관위가 후보자의 금고 이상 전과기록을 조회하도록 하고 누구나 선관위를 통해 관련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과,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부분 등은 일부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정록기자JR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