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일은행 '문화갈등' 심각

직원, 호리에행장 취임후 새환경 부적응「컬처쇼크(문화적 차이)인가, 아니면 철저한 독단경영인가.」 호리에행장 취임(1월22일)과 함께 외국은행으로 본격 변화한 지 3개월을 보낸 제일은행. 사실상 국내 최초의 외국은행으로 변신, 국내 금융산업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기대했던 제일은행에 「예상됐던」 이질감이 표출되고 있다. 외국은행의 입성에 따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직원들이 적지 않은 컬처쇼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일부에서는 뉴브리지의 경영방식을 이익챙기기를 위한 독단경영의 단초로 일갈하는 시각도 드세지고 있는 상황. 파격적 명예퇴직금 등 예산집행과정이나 기업구조조정 주도과정 등에 대한 은행 외부의 불만도 서서히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적 이질감에 시달리는 직원=『모든 의사결정은 은행 고위층 관리자들이 도맡아 한다. 부장 이하 직원들은 심하게 표현해 「단순노무자」에 불과하다. 일종의 주종관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호리에 제일은행장 취임 후 계속된 경영방식에 대해 제일은행 한 고참급 간부는 은행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의 일단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의 말은 어쩌면 현재 은행직원들의 적응상황(감정)을 다소 비약했을지 모르지만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은행의 또다른 관계자도 『컨설팅회사에 상당부분 은행전략을 맡기면서 예전 은행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기획부서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다』고 이런 감정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현 경영진은 베인 앤 컴퍼니라는 컨설팅업체에 의뢰하는 등 상당부분 경영전략을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직원들의 이같은 감정은 지난 14일 은행노조가 내놓은 성명서에 그대로 표출됐다. 노조는 당시 『우리말을 배우길 거부하는 임원은 당장 되돌아 가라』며 공개적으로 외국어 사용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을 표출했다. 「자본의 힘」으로 자국언어 사용을 강요하고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로 우대받는 「기형적 조직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 물론 이같은 경영방식에 대해 「당연한 일」로 간주하는 시각도 있다. 경영전략을 매니저와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외국은행에서는 자연스런 일이고 외국어 문화는 외국계 은행에서는 보편적인 일이라는 것. 외국은행에 몸담은 직원들이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결과라는 시각이다. 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근무자들은 문화적 이질감을 「돈」을 통해 보상받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낭비경영인가, 보편적 상식인가=2년 동안 무려 6조8,000억원의 국민세금이 들어간 데 비해 은행 임직원의 생활방식이 지나치게 호화롭다는 데서 문제가 생겼다. 노조에서는 은행예산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임원들에 대한 급여지출은 물론 컨설팅업체에 지급되는 비용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은행측이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최고 30개월치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서 파생했다. 그동안 국내 다른 은행이 9개월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 명퇴를 준비 중인 국민은행 경영진은 제일은행의 선례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이같은 상황은 호리에행장이 월세 1,600만원짜리 호화빌라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증폭됐다. ◇정부통제 밖, 여타 은행들 「역차별」 볼멘소리=시중은행들은 요즘 제일은행을 「나홀로은행」으로 일컫는다. 국내은행같으면 상상도 못하는 「특별대접」을 제일은행이 받고 있다는 것. 특별명퇴금의 경우도 만일 국내은행이 이런 엄청난 위로금을 주었다면 당장 감독당국의 칼날이 날아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모든 은행이 묶여 손 놓고 있는 러시아 차관에 대해서도 유독 예금보험공사가 대지급해준 것도 역차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업구조구조정을 이끄는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부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풋백옵션」 조항을 빌미삼아 2차 채무조정을 해주면서 경영진에 대해 전혀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지나친 이익챙기기에 골몰하는 느낌』이라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3개월이 넘도록 튀는 전략이나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있다. 실제로 제일은행은 뉴브리지 입성 후 5월 초 내놓을 모기지상품을 제외하고는 국내은행과 차별화된 상품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임원진 갖추기도 최근에야 된 만큼 6월께나 본격적인 영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4/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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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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