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핫 이슈 진단] 일본 '와규'서 배운다

'쇠고기의 캐비어' 명성 한마리에 1억원 넘어<br>태어나면 호적증명서 발급… 철저한 품질관리·혈통보존… 고가·고품질로 시장 장악


일본의 최고급 흑우인 ‘와규(和牛)’가 값싼 수입 쇠고기와의 경쟁을 타개하는 모범 사례로 국내 축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장개방 이후 호주산을 비롯한 값싼 수입 쇠고기가 시장을 잠식하는 와중에 ‘와규’는 엄청난 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최고급 상품으로 인정받으며 안정된 시장규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규’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토종 쇠고기로, 고베와 센다이,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이 산지로 유명하다. 참치 뱃살처럼 살코기와 지방이 반반씩 고루 섞인 ‘마블링’이 잘 돼 있고 맛과 품질이 탁월한 것이 특징으로, 미식가들이 ‘쇠고기의 캐비어’라고 극찬할 정도다. 높은 명성 때문에 가격은 한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비싸다. 제주발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가 한우 한 마리 값이 3,500만원 정도인 반면 와규는 1억원을 넘을 정도. 와규가 이처럼 고가 고품질 쇠고기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은 생산농가와 정부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혈통보존에 발벗고 나선 덕분이다. 우선 일본에는 와규가 태어나자마자 ‘호적’을 만들어 관리하는 체계가 이미 50년 전부터 갖춰져 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와규등록협회는 생년월일, 출생농가, 2대 부계와 모계 혈통, 검사위원 등과 함께 콧등 무늬를 찍은 ‘비문(鼻紋)’을 담은 호적증명서를 발급한다.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 와규 순수 혈통을 보존하는 것이 축산업계 뿐 아니라 일본의 ‘재산’이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와규는 최적의 환경에서 철저한 관리 하에 사육된다. 가령 와규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히는 ‘고베육’ 또는 ‘고베 비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효고현에서 태어난 다지마소 혈통을 가진 흑모화종 가운데 송아지를 낳지 않은 암소나 거세우 ▦고베육 유통추진협의회에 등록된 지정생산농가가 비육 ▦효고현 내 지정식육센터에서 도축 ▦육량 등급 A 또는 B등급 ▦마블링(BMS) 수치 6 이상 ▦육질등급 4이상 등의 엄격한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이 같은 고베육을 생산하기 위해 축산 농가는 소에게 음악을 틀어주고, 마사지를 해 주고, 맥주와 청주로 죽을 쑤어 먹이는 등 온갖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와규 지키기’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강화됐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 2006년 와규에 대한 표시기준을 엄격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 일본에서 나고 자란 검은색과 갈색 털을 가진 토종 품종에만 ‘와규’ 표시를 사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해외에서 교배된 ‘잡종’ 와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976년 미국으로 4마리의 일본 토종 소가 수출된 이후, 와규의 유전자가 미국이나 호주 각지로 확산되면서 외국 소와 와규의 피가 섞인 교잡종이 ‘WAGYU’나 ‘고베 비프’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데 따른 품질관리 대책인 셈이다. 허덕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와규와 같은 고급육으로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종축개량을 통해 균일한 품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며 “축산 농가의 안전한 수익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뿐 아니라 높은 품질력을 인정받아 와규처럼 탄탄한 수요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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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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